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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용마산, 아차산 길 -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양기용 기자 | 2009/05/25 02:45

TV주말영화로 봤던 기억속의 영화 한 편이 떠오른다.

7,80년대 당시엔 스크린이 귀했던지라, 주말명화 시간에 맞춰 흑백텔레비 앞에 앉을 때면 노트와 필기구를 준비해서 주인공, 조연, 감독 등의 본명과 영화속 이름, 배경, 줄거리, 나름의 짧은 평, 중요한 대사 등을 적어보곤 했다.

▲ 용마봉 7부능선쯤에 있는 너른 바위. 뒤에 좌로부터 북한산의 보현봉과 백운대, 도봉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양기용 서울포스트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많아 CC(크라우디아 카르디날레), MM(마를린 먼로), FF(파라 파셋트 메이저스), BB(브리짓드 바르도), GG(그레타 가르보) 등도 알고 레이건이 등장한 영화(잊어버렸음)들도 책을 사서 익혔었다.

그러한 경험들은 폭싹 망해 땅바닥에 나앉았을 때 중요한 자산이 돼, 지금 하고있는 분야도 그 덕이 컸었던 것 같다.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이건 내가 추구하는 모토.

For Those I Loved -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라고 번역된 영화. 2차대전 폴란드 레지스탕스를 주제로 한 것 같다. 무슨 러브스토린줄 알았는데, 독일 점령하에서 그가 사랑하는 아이들, 아내,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쳐가는 투사들을 다룬 영화다.


24일 일요일 오후 멀쩡하던 하늘에 천둥이 치더니 소나기가 쏟아졌다.
이 무슨 일일까.
어제 비명에 서거한 전직 대통령을 위로한 것인가.
봉하마을에는 어제도 비가 왔다고 했다.
사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떨어진 권력을 지나치리만치 옥죈 현정부와 권력기관을 마땅치않게 여기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비가 그치자 더 푸르러 보이는 앞산 용마봉을 올라보고 싶어졌다.
주섬주섬 챙겨 뛰듯 달려가 제일 가파른 코스를 한걸음 한걸음 오르면서, 아마 그분도 그가 사랑하는 아들딸, 아내, 그리고 또 무엇을 위해 자신을 던졌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세계 인물사에 가장 비극적으로 기록될 - 마음 속 그 분의 명복을 빌면서 나는 어느덧 조선 태조 이성계가 텃자리를 잡고 '시름을 잊었다'는 망우(忘憂)산 능선 길,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그 '사색의 길'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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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마봉 7부능선쯤에 있는 너른 바위. 뒤에 좌로부터 북한산의 보현봉과 백운대, 도봉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양기용 서울포스트

용마산은 아차산의 최고봉으로 장군봉, 용마봉이라고도 부른다. 서울특별시 중랑구 면목동 동편과 광진구 중곡동에 걸쳐 있는 산. 아차산(峨嵯山 285M), 용마봉(龍馬峰 348M), 망우산(忘憂山 281M)은 한강에서 시작해 광장동 워커힐을 거친 후, 백두대간의 분수령에서 갈라진 한북정맥의 주맥과 통한다.

서울의 동쪽 경계지인 아차산은 평강공주의 남편 온달장군이 전사한 아차산성이 있고 백제, 고구려, 신라의 삼국과 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조선의 역사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아차峨嵯'라는 뜻을 보면 '높이 우뚝 솟아 있다.'로 풀이되는데 어딜 봐도 우뚝 솟은 아차산이 아닌고로, '아차我借'-내가 잠시 빌려 쓴 (곳)-지역으로 봐 삼국간 한강을 점하기 위해 전쟁이 치열했던 곳이었음을 말하기도 한다. 또 고구려-백제, 고구려-신라간 싸움에서 병사들이 중요한 물자를 놓고 도망하다가 '아차~'하고 허둥대었다는 데서 기인했다는 설도 있다. (후자들이 훨씬 설득력이 있음)

또한 서편에 중랑천, 동편 가까이 있는 동구릉(東九陵)에는 조선태조 이성계의 무덤 - 건원릉(健元陵)이 있으며 동구릉 밖으로는 왕이 묵었다는 왕숙천(王宿川)이 각각 한강으로 흐르고 있다.

아차산 뒤쪽 용마봉은 옛날부터 장군을 기다리는 용마龍馬가 산 데서 유래된 것. 백제때 장사가 태어나면 죽이는 나라법이 있었는데도 이 마을에 겨드랑이에 날개가 달린 장사가 태어나 부모가 고민하다가 죽였는데, 그 후 용마봉에서 용마가 나와서 날아 갔다는 전설이 있다.

▲ 집 현관문을 열면 날아 오를 기상의 용마봉이 보인다. ⓒ양기용 서울포스트

면목동 월세집 현관문을 열면 곧 날아갈 기상의 용마봉이 눈앞에 보인다. 용마산龍馬山은 해발 348m로 서울과 구리 경계에 위치하며 행정구역상 서울시 중랑구 면목동 산1번지였으나 1996년 행정구역개편으로 지금은 광진구 중곡동 산1번지로 돼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많은 산이 있지만 행정구역이 서울시에 속하며 광활한 서울경기도에 분포한 산(남산, 안산,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구릉산, 축령산, 천마산, 예봉산, 검단산, 남한산, 일자산, 대모산, 구룡산, 청계산, 관악산) 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용마산 뿐이다. 또한 중랑천과 한강, 팔당대교까지 내려다 보여 산수를 아우르는 유일한 산 - 나는 가히 이 산을 서울의 으뜸 명산이라고 칭한다.

ⓒ양기용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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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산을 올라보면 서울이 드넓은 분지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곳, 서울경기 산하를 빙 둘러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는 곳, 한강이 손에 닿을 것 같은, 북한산 등 산세 조망권이 최고인 곳. 혹자는 등산할 때 서울의 지붕 위,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라 했다.

▲ 용마폭포공원에서 올려다 본 용마봉(좌) ⓒ양기용 서울포스트

용마폭포공원쪽에서 바라본 용마산 정상(좌). 보이는 우측봉을 돌아 오르는 비등반로는 이 산을 타는 최단거리 코스다.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이곳을 놔두고 산보길을 택하나, 이 길은 용마산을 통틀어 유일한 등산이라 할만큼 제법 힘이 든다. 힘이 든만큼 암릉도 있고 전망 또한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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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중앙부분에 북한산이 보인다. ⓒ양기용 서울포스트

이날은 따뜻한 봄날에 소나기가 퍼부은지라 대기가 온통 뿌연 안개다. 아쉬운대로 먼 풍경을 조망한 사진을 올리고 좋은 날씨에 다시 한 번 소개하리라.

▲ 멀리 우측부분에 도봉산이 보이고 ⓒ양기용 서울포스트

저 아래 폭포공원과 축구장이 보인다. 채석장은 몇 십년 동안 서울의 모래를 공급해 왔다. 하마터면 용마명산이 없어질 뻔도 하지 않았겠나. 중국에는 우공이 산(愚公移山)을 옮겼다는 말도 있던데.. 쩝~~

▲ 아차산 능선과 강동구 아파트 촌 ⓒ양기용 서울포스트
▲ 348M 정상의 바위 ⓒ양기용 서울포스트
▲ 하산길에서 올려다 본 용마봉(우) ⓒ양기용 서울포스트
▲ 한강과 예봉산 등이 보인다. ⓒ양기용 서울포스트
▲ 북한산의 보현봉과 백운대, 도봉산 ⓒ양기용 서울포스트
▲ '사색의 길'에서 만난 진도개와 산책인들 ⓒ양기용 서울포스트
▲ 석양의 북한산 ⓒ양기용 서울포스트
▲ 저녁예배는 못보고 현관만 밟고 온 금란교회 로비 ⓒ양기용 서울포스트
ⓒ자료사진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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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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