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데 나세 엘 그란 리오 Donde nace el gran rio
거대한 강물이 시작되는 곳
-SPN 서울포스트, 박근하 기자
여행을 할 때마다 나에게는 작은 고민이 생긴다.
내 이름이 너무 어렵다는 것.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이름 어려운 것이 별것 아닐 수도 있겠지만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는 아무래도 상대를 부르기가 부담스러워 지는 법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작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 이름을 뜻으로 부르면 되겠구나. 내 이름이 근하 (根河 : 뿌리 근, 강 하)이니까 영어로는 샘(spring)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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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한 강이 시작되는 곳. 아마조네스 ⓒ박근하 서울포스트 |
스스로의 멋진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스페인 녀석한테 물었다.
“<샘물>을 스페인어로 뭐라고 해?”
“<샘물>? 그게 무슨 뜻인데?”
“아 왜 있잖아. 물이 퐁퐁 나와서 강이 되었다가 결국은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그러니까 강의 근원지 말이야.”
“Donde nace el gran rio.”
(돈데 나세 엘 그란 리오: 거대한 강물이 시작되는 곳)
“엉.. 그러니까 그걸 한 단어로 뭐라고 하는데?”
“잘 모르는데..?”
“어? 모른다고? 왜? 스페인어를 묻는거야. 너 스페인 사람이잖아?”
“음.. 아마도 스페인에는 샘물이 없을 거야. 그래서 그런 단어를 안 쓰니까 잘 모르겠어.”
...스페인이 그렇게나 작은 나라였던가?
아무튼 스페인 녀석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영어로 스프링 (spring :샘물)이라고 부르자니 스페인어가 공용인 남미와서 영어 이름 짓는 것도 이상하고,
또 사람들이 내 이름의 뜻을 봄(spring)으로 착각할 것 같아 싫었다.
할 수 없지. 그럼 내 이름을 리오(Rio: 강)라고 하는 수밖에.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내 이름은 분명 Rio 인데 한국인인 나는 혀를 떨어야 하는 [R]발음이 안 된다는 것이다.
숙소의 친구들은 항상 나를 놀렸다.
“뭐? 리오? 네 이름은 '웃음'이라고?”
“아냐. 얜 지금 분명 '사자' 라고 발음했어.”
콜롬비아 국립공원에서 생태학을 연구하는 친구는 <샘>이라는 질문에 수많은 단어를 나열했다.
“그런데 리오. 그 샘물이 어느 샘물이냐에 따라 단어가 달라져. 예를 들어 산 중턱에서 새어나오는 계곡샘이라면 우리는 [$%^&$%]라고 불러. 오랫동안 지하수로 흐르다가 평지에서 흘러나오면 [&*@]라고 말할 것이고 또 평지에서 흘러나와 고이면 강의 근원이 아니라 샘으로서 소멸하는 거잖아. 지금 정확히 생각 안 나는데 이것도 단어가 따로 있어. 스페인은 그렇다치더라도 콜롬비아에는 샘이라는 단어가 꽤 많은데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어려울 거야. 이름으로는 그냥 리오가 예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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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 속 깊이 샘이 있어서 자란다는 나무 ⓒ박근하 서울포스트 |
브라질의 아마존 강.
배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거대한 강물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그러니까 네 이름의 의미는 이곳 아마조네스(아마존 강)이구나!”
[*주: 아마존 강은 세 개의 강이 합류하는 지점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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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속에서 솟아나와 어느곳으로도 흐르지 않는 바위산의 샘 ⓒ박근하 서울포스트 |
페루의 친구는 내게 말했다.
“너 그거 알아? 페루에서 ‘물의 근원’이라는 단어는 ‘생명’이라는 의미야. 보통 여기서는 남자가 여자한테 사랑 고백할 때 쓰는 단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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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루의 안데스.. 산속의 계곡이 시작되는 [마나티알] ⓒ박근하 서울포스트 |
볼리비아에서 만난 스페인 여행자는 내게 말했다.
“뭐? 왜 스페인에 샘이라는 단어가 없어! [마난티알]이라는 아름다운 단어가 있는데. 우리도 산 중턱의 샘물은 아주 흔하게 있다고. 자연의 순수나 생명을 상징할 때 문학작품에서 얼마나 감동을 주는 단어인데! 그 녀석이 머리 나쁘고 책을 엄청 안 읽는 녀석이었겠지! 스페인의 자연을 무시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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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아가는 모든 것의 근원, 태초의 사랑.. 유명 고전 문학에 있는 표현이란다. ⓒ박근하 서울포스트 |
아직도 내 이름은 [리오]이다. 이래봬도 이 이름이 꽤 마음에 들어 다른 대륙을 여행해도 당분간 내 이름은 리오가 될 것 같다. 조금만 친해져도 친구들은 기꺼이 한국이름을 함께 기억해 주었으니까.
그리고 가끔 고민을 한다. 언젠가 아이를 낳게 된다면 아이의 이름은 뭐라 지을까?
국제적인 발음보다는 전형적인 한국식 발음을 가진 이름으로 지어주고 싶다. 이름을 부르고자 하는 외국 친구들이 조금 긴장하고 연습하게 만드는, 그리고 다시 한번 뜻을 돌아볼 수 있도록 아름다운 뜻을 가진 순수 한국말로 지어 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박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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