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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도봉산 주능선의 호연지기

나종화 객원기자 | 2011/02/09 22:42

[도봉산] 도봉산 주능선의 호연지기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북한산 시단봉에서 바라본 천공의 성(좌부터 노적봉,만경대,인수봉)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북한산 시단봉에서 바라본 천공의 성(인수봉,만경대,노적봉). 2010.12월 중순 북한산 풍경. 우리나라 '산내들' - 특히 북한산에 대한 여러 정서를 담아본다. 사진과 글은 오래전 기록이어서 계절과 맞지 않을 수 있으나 맨 아래 날짜를 기록할 것이다. - 나종화]


우이남능선과 도봉 주능선을 걷다.

ⓒ서울포스트

우이동을 출발하여 원통사와 우이암을 거쳐 칼바위와 신선대까지 우이남능선과 도봉주능선을 아우르는 길은 초행이었다.

점심도 먹고 원통사 절구경도 하면서 여유를 부리긴 했지만 신선대 정상까지 무려 다섯시간이나 소요되는 짧지 않은 코스였다. 그래도 힘들때마다 등장하는 멋진 조망터에 머물면서 호흡을 고를 수 있어 지겹지는 않았다. 물론 좋은 이웃들과 동행한 까닭도 있었지만.

잔뜩 연무가 끼어있어 흐릿한 전망이 봉우리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은 밝아졌다. 그래도 쨍하고 열리지 않은 하늘이 아쉬웠다. 그 대신 높은 봉우리엔 바닷속 산호초같은 새하얀 상고대가 지천이다. 안개가 빚어놓은 대자연의 걸작품인 셈이다.

마당바위와 축성사를 거쳐 도봉탐방센타로 내려와 저녁 안개속으로 침몰하는 신선대를 뒤로하고 '영광집'에서 일곱시간의 도봉산 산행을 자축했다. 도봉산의 산기운이 녹아든 까닭일까. 소주맛이 유난히 독했지만 뒤끝이 진해서 좋았다.

2011년 2월 5일

이심전심이었나 보다. 북한산 진달래능선과 도봉산 우이남능선 둘중 한 곳을 염두에 두고 있던 참에 뷰티풀임님의 연통을 받고 우이동으로 달려갔다. 강쥐님까지 반갑게 만나 셋이서 우이남능선으로 향했다.

우이교를 건너 좌측은 오크벨리를 거쳐 북한산 육모정고개로 가는 길이다. 도봉산 우이남능선으로 가기위해서는 일단 우이령 진입로로 따라 올라가야한다. 우이치안센터에서 약 400미터쯤 올라가면 천변을 따라, 우측으로 꺽어지는 길에 원통사라는 작은 팻말하나만 보인다. 본격적인 산행은 거기에서 100미터 남짓 더 들어가 민가에서 좌측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 출발해서 삼 십분 남짓 오르면 나타나는 첫 번째 쉼터, 멋드러진 소나무가 반겨준다. ⓒ서울포스트
▲ 참 어이없는 이정표 ⓒ서울포스트

두 이정표 사이의 거리는 채 200미터도 떨어지지 않았는데 이정표이 표시된 우이암까지의 거리는 무려 1km나 차이가 나는 산수를 어떻게 풀어야할까. 산행을 하다보면 이런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케이블카 설치 같은 어이없는 짓 그만하고 제발 기본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 아름다운 풍경 ⓒ서울포스트
강쥐님은 "스님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고 예불하러 가던 스님은 환한 웃음으로 답례하고.

원통사에서

줄곳 순하게 흘러가던 등산로는 원통사에 가까워지면서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가파르다. 최근에 설치한 철계단을 오르다보니 전에 없이 무릎이 시큰하다.
계단 막바지에 이르렀을때 아직 송진도 마르지 않았을 생 나무 빛깔이 선연한 새로지은 종루 위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우이암이 보였다. (사진 1), 그렇게 원통사와 첫 만남을 가졌다.

ⓒ서울포스트

요즘 절집들이 갈수록 요란해지고 점점 세속 예배당 스타일을 닮아가면서 산사 고즈녁한 아취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는데 원통사엔 그런 분위기가 남아있었다. 단청을 입히지 않은 생얼의 대웅전하며 수수한 요사채를 둘러보면서 (사진 2. 사진 3), 청정도량이라는 단어를 저절로 떠 올렸다.

아이러니 하게도 숭유억불정책을 폈던 조선의 창업자 태조 이성계에겐 불교와 관련된 일화들이 숱하게 많다. 여기에도 그 전설 하나가 있었다. 이성계가 이곳 석굴에서 기도를 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옥황상제의 정승(상공)이 되는 꿈을 꾸고 바위위에 상공암(相公岩)이라는 글귀를 새겼다고 한다.(사진 4), 역성혁명이 하늘의 뜻임을 애써 강조하기위한 스토리텔링인 셈이다.

우이암에서부터 시작된 거친 암반이 절 마당까지 내려와 있다. 이런 곳은 산기운이 너무 거칠어 마음이 올곧지 못하거나 사심을 품을 수 가 없어 진득하게 머물다 보면 도력이 깊어지거나 도력이 깊은 수행자들이 본거지로 삼는 수행처 역할을 한다는 얘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절을 설명하는 글을 보니 과연 당대의 고승대덕들이 이곳에 머물렀고 조선시대에 고명을 떨친 유명한 유학자들 역시 이곳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 우이암 지나 통천문 ⓒ서울포스트
▲ 우이암에서는 정작 우이암을 보지 못하고 맞은편 암봉 테라스에서 점심을 들면서 실컷 감상했다. ⓒ서울포스트
▲ 도봉주능선 연봉들의 흐릿한 자태가 다가갈 수 록 점점 뚜렷해졌다. ⓒ서울포스트

도봉주능선

우이암을 막 벗어나 도봉주능선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좌측 오봉에서 우측 선.만.자까지 도봉의 준령들이 연무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쪽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라서 낯익은 봉우리들이었지만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도봉주능선에는 자운봉. 만장봉.선인봉.신선대.주봉.칼바위같은 도봉산의 주요한 봉우리들이 도열하고 있어서 빼어난 절경을 뽐내고 있다. 지금까지 잘 알 수 없었던 도봉산 봉우리들의 특징을 도봉산을 수 없이 오르내린 강쥐님의 설명에 힘 입어 이젠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 우이암은 멀어지면서 한 점이 되었고. ⓒ서울포스트
▲ 산 등성이 너머로 오봉이 삐쭉 머리를 내밀면서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서울포스트
▲ 왼쪽에서 부터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그리고 신선대 절경이로세. ⓒ서울포스트
▲ 칼바위 ⓒ서울포스트

늘 지나치면서도 그 모습을 정확히 알지 못했는데 이암 방향으로는 그 자태를 확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진흙으로 빗어 놓은 것 같은 질감이 느껴지고 오봉으로 넘어가는 암릉과 어우러져 안정된 구도의 진경 산수화를 연출했다.

▲ 주봉(柱峰). 뜀바위 신선대 자운봉이 한몸뚱이로 보인다. 만경대 그리고 에덴 동산인가? ⓒ서울포스트

세상의 이치를 아는 것도 때와 인연이 있는 갑다. 도봉산 주봉에 대해 늘 궁금했었다. 선인봉 인근에 있을것 같은 어느 우람한 봉우리려니 짐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주봉은 신선대. 뜀바위를 이루는 도봉주능선 하단에 우뚝 솟아있는 바위기둥을 이르는 것이었다. 주봉 하단에 있는 저 멋드러진 소나무는 진작부터 눈 안에 넣어두었건만 이제야 그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 다른 카메라를 꺼내 주봉의 소나무를 줌인하였다. 수형이 참으로 고고하고 멋드러졌다.
▲ 자운봉과 기슭의 상고대 ⓒ서울포스트

자운봉(740)은 도봉산의 주봉(主峰)이지만 북한산 백운대처럼 홀로 우뚝 빼어나지 않고 선인봉(708) 만장봉(708) 신선대(725)와 어울려 있어 선뜻 구분하기 조차 힘들다.

북한산의 백운(白雲)과 도봉산의 자운(紫雲)의 대비도 재미있는데 자세히보니 자운봉의 바위색깔이 자주색은 아닐지라도 붉으스레한 느낌이 든다. 암벽장비 없이는 자운봉을 오를 수 는 없고 바로 옆에 있는 신선대가 개방되어있어 도봉산 정상을 대신한다.

▲ 신선대를 오르는 사람들, 정상까지 30분 남짓 소요될 만큼 등산로가 정체 되었다. ⓒ서울포스트
▲ 백산호같은 신선대 오르는 길의 상고대 ⓒ서울포스트

그리도 기승을 부리던 한파가 설 연휴 무렵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 강추위가 꽁꽁얼었던 눈과 얼음이 녹았으니 연무가 피어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산을 오르면서도 세속의 일을 여태 떨치지 못한것 마냥 답답하기 이를데 없다. 차라리 귀는 얼얼할지라도 깨어질듯 쨍하고 새파란 겨울하늘이 훨씬 좋았다. 그러나 덕분에 자운봉과 신선대에서 멋드러진 상고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다 좋고 다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교훈인 것 같다.

▲ 자운봉 뒤쪽에 만장봉이 숨어 있다. ⓒ서울포스트
▲ 자운봉 ⓒ서울포스트

산행은 정복이 아니라는 것.

신선대를 오르는 시간이 무려 30분 넘게 걸렸다. 마치 북한산 백운대처럼 신선대를 애써 오르려는 행렬이 긴 줄을 만들었다. 나 역시 한때 그랬지만 정상 정복을 등산이라 여기면서 기를쓰고 오르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까닭이다.

산행은 정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정상을 감상하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데 그렇다. 우리도 그 행렬을 따라 꾸역꾸역 올라간다.

신선대든 북한산 백운대든 누구나 오르고 있어서 그렇지 결코 쉬운길은 아니다. 더구나 겨울철 바위가 꽁꽁 얼어있을 경우에는 아이젠을 신고 쇠 난간에 붙잡는다 하여도 사고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운동화에 허술한 아이젠을 한 상태로 정상을 향한 일념 하나로 어떻게든 올라오긴 했는데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만나 오도가도 못하고 애를 먹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행히 아무일이 없어 아찔한 추억으로 기억되겠지만 내 주변에서 일어난 경우만 해도 무모한 산행끝에 천추에 씻지못할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분도 있다.

둘레길을 걷는 것이나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등산화와 아이젠같은 기본 준비도 없이 정상을 향한 욕심만으로 산을 오르는 것은 정말 무모한 일이다. 겨울철에는 더욱 그렇다.

ⓒ서울포스트
▲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뜀바위 와 칼바위 ⓒ서울포스트
▲ 멀리 우이암 ⓒ서울포스트
▲ 하산길에서 만장봉 하단 ⓒ서울포스트
▲ 마당바위 ⓒ서울포스트
▲ 천축사 불탑 ⓒ서울포스트
▲ 천축사 대웅전과 선인봉 ⓒ서울포스트
▲ 천축사 초입에서 바라본 기백이 넘치는 선인봉 ⓒ서울포스트
▲ 도봉산 대피소 인근의 빙폭 ⓒ서울포스트
▲ 우암송시열의 필체라고 전해지는 도봉산동문 ⓒ서울포스트
▲ 자운봉 모형 ⓒ서울포스트


에필로그

북한산과 도봉산은 기운 부터가 다르다. 선인봉의 기울기가 인수봉보다 더 수직으로 보이는 것 처럼 북한산의 그것보다 훨씬 더 거친 느낌이 든다. 북한산이 뭔가 정제되고 정돈되어 있는 산이라면 도봉산은 날 것 그대로다.
송시열의 '道峰洞門'이라는 글씨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연지기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이런 생 산기운을 무려 일곱시간 반이나 접했기 때문일까.
설 연휴동안 찌뿌뚱해진 몸에 비로소 활기가 돈다.
좋은 이웃들과 함께한 산행이라서 더 좋았다.
그나 저나 봄은 어디만큼 오고 있을까.
올해는 정말 간절하다. (2011/02/07. http://ecotrip.co.kr)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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