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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북한산 시단봉에서 바라본 천공의 성(노적봉,만경대,인수봉)

나종화 객원기자 | 2011/02/10 19:15

[북한산] 북한산 시단봉에서 바라본 천공의 성(노적봉,만경대,인수봉)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시단봉에서 바라본 노적봉,만경대,인수봉 - 천공의 성(天空의 城)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2010년이 끝나가는 12월 11일 토요일 아침

분주한 연말이라 산에 가지 말아야 겠다는 핑게를 댈려면 백개도 넘는다. 무엇보다 훈훈한 이불속을 박차고 나와 자청해서 저 엄동설한 속으로 달려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마치 번데기를 뚫고 나오려는 유충마냥 배배꼬던 몸을 기어히 일으킨 것은 산행 본능이 더 컷기 때문이다.

대충 행장을 꾸려 집을 나섰다.
영하 몇도나 될까.
거 날씨한번 무지하게 춥다.
끙 하고 온몸에 힘을 준다.
그런데로 이겨낼만 하다.

산을 오른다.
금새 덥다.
그래서 청양고추 처럼 매운 바람이 달기만 하다.

쉬지도 않고 계속 걷기만 했다.
혼자였지만 명상이나 사색과는 거리가 먼 산행이었다.
온갖 잡스런 생각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으니까.
일부러 끊지 않고 내비 두었다.
이 또한 수양이 아니런가.

ⓒ서울포스트

형제봉 가는 길

경북궁역 3 번 출구를 나와 자하문 방향 50미터 전방 정류장에서 1711시내 버스를 탓다. (1020번도) 평창동 롯데 아파트 입구에서 하차하여 길을 건너고 터널 방향으로 약간 올라가니 북한산 둘레길을 안내하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젠 누구라도 형제봉 가는 길을 쉽게 찾을 수 있겠다. 평창동 가파른 언덕길은 초입부터 다리가 뻑뻑하다.

그래서 아스팔트길과 수많은 계단으로 이루어진 평창동 탐방안내소 까지 가는 길은 산 맛도 보기 전에 완전히 진을 빼놓는다. 햇볕이 쨍쨍거리는 여름철엔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지만 한때는 그길을 숱하게 다녔다. 우리 입장에선 둘레길보다 산으로 오르는 길이 훨씬 땡기지만 둘레길은 북한산의 모든 들머리를 연결하고 있어 일단 둘레길만 찾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좋다.

형제봉 능선을 가든 동령폭포로 가든 일단 둘레길로 접어들기 위해선 초입 언덕 우측길로 400 미터쯤에 있는 형제봉 지킴터부터 시작하는 편이 평창동 동네를 지나가는 길보다 훨씬 낫겠다. 형제봉 지킴터 좌측은 둘레길 6구간 평창마을길이 시작되는 곳이고 우측 오름길은 5구간 명상길을 거슬러 오르는 가파른 언덕길이다.

형제봉능선으로 가기 위해서 우측으로 오른다. 엎드린 거북 모양이라기 보다는 큰 고구마처럼 보이는 구복암 바위를 지나 직진하면 국민대와 정릉 방향이고 우측으로 틀면 보토현과 북악산으로 갈 수 있는 분기점이 본격적인 형제봉 능선 산행을 위한 시발점이다.

형제봉까지 1km 구간은 갑자기 고도가 높아지는 된비알의 연속이다. 코끝이 찡하도록 매운 칼바람이 능선길을 쓸어내렸지만 온몸이 후끈거려 자켓을 벗어야 했다. 이것이 바로 겨울 산행의 진미가 아니런가.

▲ 옛날 옛적엔 저곳에 사람이 살지 않았다. 박수무당이나 스님이라면 몰라도 ⓒ서울포스트

창동을 바라보면서

형제봉 가는 길은 의상봉이 연상될 정도로 가파르지만 그리 위험하지는 않아 누구나 오를 수 있지만 편안한 우회로도 있으니 연로하신 어르신들도 즐겨 찾을 수 있겠다. 진달래 능선과 함께 북한산에서 가장 완만한 등산로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서울 시내에서도 북악산을 오를 수 있으니 북악과 함께 오르는 연계 산행 코스로도 그만이다.

형제봉에 오르면 볼꺼리가 참 많다. 먼저 눈앞에 펼쳐지는 곳은 평창힐스라고 불러도 되나 모르겠지만 평창동 부촌이다. 예전에 한 건설회사가 아파트를 짓기 위해 택지 조성을 했는데 그것이 무산 되는 바람에 필지를 쪼개서 개인들에게 분양하다 보니 성북동 못지않게 큰 저택이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래전 일이다.
형제봉 정상에 오르니 어르신 한분이 서울시내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계셔서 뜨거운 차 한잔을 권했다. 무슨 얘기끝에
" 누군가는 저 평창동을 일러 천하의 길지라고 하던데요."
" 청년 눈에는 저곳이 길지로 보이는가 "
" 부가 모인 곳이니... "
노인은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 재물이 모여있다면 무조건 길지라는 것인가."
아차 잘못했다간 본전도 못찾겠구나 싶어서 입을 닫았다.

노인은 차분한 어조로 평창동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는데 대충 이렇다.
"평창동은 예로부터 재물이 모인 곳이야. 왕가의 곳간이 있었으니 천하의 온갖 재물이 다 있었겠지. 그러나 터가 너무 세서 사람이 살기엔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서 민가는 거의 없었다고해. 센 팔자를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야할 박수나 무당. 불한당 그리고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중들이라면 모를까."
의아해 하면서 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잘 사는 동네가 되었잖아요. 지세도 세월따라 바뀌는건 아닐까요?"
"청년 잘 사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돈과 명예와 권력은 살아가는 수단은 될 수 있지만, 말하자면 사람답게 살아가는 원동력은 될 수 가 없어."
"어디에서 살든 나름대로 적응이야 할 수 있겠지만 하늘이 사람더러 사라고 내어준 터가 따로 있는데, 그곳을 벗어나면 절대로 편안해질 수 없는 법이야."
그분이 대답해주지 않았다면 먼저 물을 뻔 했다.
"어떻게 아세요. 저들이 잘사는지 못사는지를 ..."
노인은 붉은 지붕이 있는 집을 가르켰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일세. 아는 사람들도 여럿 살고 있지..."
그 분이 말씀하신 편치 않다는 의미가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 후 형제봉에 올라 늘상 부러운 눈길로만 바라보던 부자동네 평창힐스를 다른시각으로도 보게 되었지만, 아름다운 산기슭에 지어진 널찍널찍한 저런 저택에서 한번 쯤 살아보고 싶다는 로망을 다 버리지는 못했다.

▲ 작은 형제봉에서 바라본 보현봉과 일선사, 도봉산의 망월사를 연상했다. ⓒ서울포스트

작은 형제봉에서 바라본 보현봉과 일선사, 도봉산의 망월사를 연상했다.

보현봉에서 시작하여 형제봉 그리고 보토현을 거쳐 북악산으로 흘러내리는 기맥(氣脈)은 서울의 풍수지리를 해석하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즉 보현봉은 서울의 할아버지 산(祖山)이고 북악산은 서울의 주산(主山)이다. 형제봉은 서울 지세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곳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이 이야기만 늘어놓아도 포스팅 두 세개는 거뜬하게 쓸 수 있어 입은 근질거리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작은 형제봉을 향해 내려가는 길! 바위가 얼어있어서 한발 한발이 조심스러웠다. 자칫 삐기라도 하는 날이면 겨울 산행이고 뭐가 다 물건너 가버리기 때문이다. ㅎㅎ

사족(蛇足)

예전(1991)에 일하는 사무실이 평창동에 있어서 내키면 평일에도 운동화를 신고 대성문까지 다녀오곤 했는데 그땐 형제봉 능선 여기저기에 통성기도 하는 기독교인들도 많았고 큰 바위마다 촟불을 켜놓고 궂을 하는 무당들도 많았다.

그런가 하면 크고 우람한 바위엔 어김없이 붉은 페인트로 '예수천국'이라 써놓거나 십자가를 그려놓아 눈쌀을 찌뿌리면서 지나가곤 했는데 이런쪽에 해박한 지인이 형제봉 능선 함께 산행하면서 들려준 얘기를 전하면 보현봉에서 형제봉 능선을 타고 북악산으로 흘러가는 기맥(氣脈)엔 수도 서울을 지탱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지기(地氣)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지기(地氣)라는 것이 일종의 전자기파 형태의 에너지로서 그것이 과도한 곳에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뇌를 자극하여 종교인의 경우 성령체험이나 계시나 예언등의 신비체험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저들은 이른바 영빨이 쎈 형제봉 능선 일대로 찾아와 일단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바위를 훼손하는 일들을 자행한다는 것이다. 말장난 같아도 나름 일리있는 해석이라고 생각했다.

이 추위에도 어김없이 마치 굶주린 늑대의 울음소리를 연상하게 하는 전자기파에 감전된 누군가의 통성기도가 형제봉 골짜기를 울리고 있었다.

그의 전두엽은 하늘나라를 만날지도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호젖한 산길을 찾은 산객에게는 정말로 짜증나는 소음공해가 아닐 수 없었다. 눈앞에 나타나면 뒷통수라도 한대 갈겨주고 싶은...

▲ 둘레길 정릉 구간의 이름이 '명상길'이라면 형제봉에서 대성문 가는 길은 '착한 명상길'이다. ⓒ서울포스트
▲ 고은 선생이 머물렀다는 일선사. 보현봉에서 형제봉으로 흘러내리는 기맥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포스트
▲ 대성문에선 수많은 등산객들이 햇볕이 잘 드는 양지녁에서 북적거렸다. ⓒ서울포스트

형제봉 지킴터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반 조금 못걸려서 대성문에 도착했으니 엄청 서두른 셈이다.

일선사까지 들리면서 슬슬 온것 같은데 실제론 체감 영하 10 도는 될 것 같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을 부산하게 움직였던 것이다. 물위에 떠있는 오리가 발을 열심히 놀리듯.ㅎㅎ

평상시 보다는 못하지만 동장군의 기습에도 불구하고 등산객들로 북적거리는 대성문은 제법 활기가 넘친다. 머무르지 않고 곧장 오늘의 목적지 시단봉을 향했다.

문수봉과 보현봉은 해를 안고 있고, 삼각산 총사령부는 나뭇가지들이 가리고 있어서 사진찍기 좋은 조망도 보이지않아 점심먹을 시간을 훨씬 넘겼지만 마냥 걸었다.

산성 내리막길이 어제 온 눈비로 꽁꽁 얼어있어 살 얼음판 걷듯 더듬더듬 내려가면서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젠을 두고... 올겨울 첨으로 신어보는 아이젠이다.

▲ 보국문 가는 길에 간신히 모습을 보여준 총사령부! 목적지 시단봉이 까마득히 멀다. ⓒ서울포스트
▲ 꽁꽁얼어있는 성벽길! 올 겨울 처음으로 아이젠을 신었다. ⓒ서울포스트
▲ 잠시 되돌아 보니 벌써 많이 왔다. ⓒ서울포스트
▲ 보국문을 조금 지나면 서울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좋은 조망터가 있다. 여기서 보는 형제봉은 서로 의가 참 좋아 보인다.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 칼바위 능선이 빤히 보이는 양지바른 성벽에 기대어 밥상을 차렸다. ⓒ서울포스트
▲ 인적 없는 대동문 광장이 오늘 따라 을씨년스럽다. ⓒ서울포스트
▲ 기대했던 그림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 전망은 앞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역광이지만 뒷 그림도 멋지다. 니콘과 코닥 똑닥이로 번갈아 담는다.[니콘] ⓒ서울포스트
▲ 멋드러진 건축물인데 당췌 포즈가 나오지 않는 동장대 ⓒ서울포스트
▲ 목적지 시단봉이다. 화창한 가을에 오려했는데 만시지탄이로다.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시단봉에서 만난 천공의 성(天空의 城)

시단봉엔 세찬 바람이 불었다.
찬 기운이 겹겹히 껴입은 등산복 속으로 파고 들고 출된 귀때기는 떨어져 나갈 것 처럼 아프다. 하지만 저 천공의 성과 마주하는 뜨거운 마음이 추위를 견디게 한다.

북한산 절경을 두개만 꼽는다면 숨은벽지나 545봉에서 바라보는 세개의 능선 풍경과 여기 시단봉에서 바라보는 저 어울림일 것이다.

울산바위는 여기에 비하면 명함도 못 내밀거다.
조금 더 미련을 부린다면 산성 주능선 단풍이 불타는 어느 가을날이나 밤새 내리던 비가 개이고 운해사이로 햇살이 번지는 어느 여름 이른 아침 나절에 찾아왔어야 했다. 그래도 이렇게 쨍한 하늘을 이고선 저 봉우리를 보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손이 곱아 셔터를 누를 수 없을 지경까지 되었는데 마음은 당췌 요지부동이다. 카메라와 렌즈 접합부에 문제가 있어 비상용으로 작년까지 주인노릇을 했던 코닥 8212 똑딱이를 챙겨와서 함께 담았는데 색감은 코닥이 훨씬 좋는 것 같다.

니콘 27-82렌즈로 못하는 줌 기능으로 인수.만경.노적을 따로 따로 잡을 수 도 있었다. 아~ 구관이 명관이다.

ⓒ서울포스트
▲ 만경대 ⓒ서울포스트
▲ 인수봉 ⓒ서울포스트
▲ 노적봉 ⓒ서울포스트
▲ 돌아 본 동장대 멀리 보현봉 ⓒ서울포스트
▲ 의상능선 ⓒ서울포스트
▲ 다시 길을 재촉한다. 서쪽을 향해 ⓒ서울포스트

백운 대피소 도착시간 3 시 50분. 요즘엔 5시 20분이면 해가 떨이지기 때문에 위문까지 가게 되면 북한산의 석양풍경은 담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산은 헤드렌턴에 의지해야 한다.

잠시 머뭇거리다 미련없이 태고사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태고사 아래 사거리는 옛 산성 병영터의 자취가 남아있어 산중이라기 보다는 저자거리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00년전의 병영생활은 지금보다 훨씬 궁핍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름 군대생활 하는 재미도 터득 했지 않았을까.
이쯤엔 요즘 군대 PX처럼 월급으로 받은 엽전 몇닢으로 사먹을 수 있는 주막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중성문에 올라 황금빛으로 빛나는 노적봉을 바라보았다.
산이 빛의 언어로 말을 건네는 것 같다.
대박이다.
이번에도 니콘과 코닥을 번갈아 사용하여 노적봉의 숨결을 담았다.

새롭게 조성된 산성마을 주차장에서 까지 백운대와 노적봉 만경대 트리오가 펼치는 환상적인 빛의 하모니를 감상했다. 오늘 북한산이 안겨준 이 많은 선물을 무엇으로 보답해야 한단 말인가. (2010/12/13. http://ecotrip.co.kr)

▲ 이 백년전 동초근무를 마친 병사들로 왁자지껄 했을 태고사 사거리 ⓒ서울포스트
▲ 백운대와 노적봉 (코닥) ⓒ서울포스트
▲ 황금 노적봉(니콘) ⓒ서울포스트
▲ 백운대 줌( 코닥) ⓒ서울포스트
▲ 환상의 트리오 ⓒ서울포스트
▲ 북한산 겨울의 석양 ⓒ서울포스트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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