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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안면도(安眠島)에서

나종화 객원기자 | 2011/02/13 19:46

[여행] 안면도(安眠島)에서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전 20대 후반을 외항선 항해사로 보냈습니다.
그때 참 좋았습니다.
배가 항구에 입항하게 되면 여러가지 피곤한 일도 많지만 그 보다 이국의 풍물을 접하게 된다는 설레임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오곤 했지요.

돌이켜 보니 망망대해를 단조롭게 항해하던 일상들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날씨까지 쾌청할땐 더할 나위 없었죠.
바다생활 익숙해진 이후 자연스럽게 갖게된 취미가 클래식 음악을 듣기, 동양 고전 원서로 읽기, 명상같은 마음공부 심취 뭐 이런 것이었으니까요.
환경이 편안해야 가능한 것들이잖아요.

▲ 안면도 해변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물론 억척스런 바다 사나이들끼리 모여서 살다 보니 이런 저런 갈등도 많고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큰 폭풍을 만나면 배가 전후 좌우로 요동을 치기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잠도 설치게 마련이라 늘 머리는 띵하고 이 산더미 같은 파도밭에서 뒹굴다가 수천미터 심연속으로 빨려들어가 더 이상 고국땅을 밟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엄습하곤 했지요. 고향에서 늘 노심초사하시는 부친께도 불효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한 날은 플로리다 해협을 항해하면서 쌍안경으로 마이애미 비치에서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바다에서 해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해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날의 결심 덕분에 이듬해 그 일을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승선 생활이 비교적 제 성격에도 맞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적응도 빠른 편이었는데 기왕지사 시작한 것 선장까지 마치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답니다.

그래서 일까요? 바닷가를 자주 찾게 됩니다.
하지만 바다를 마주하더라도 예전 같은 감동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네요.
어쨋든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속은 확 트입니다.
그래서 일망무제로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을 좋아해서 특히 몇 군데를 즐겨 찾곤 하는데 안면도 해안은 어디든 다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매년 한 두번은 안면도를 찾게 된답니다.

이제는 바다에서 해안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요즘들어 요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서울포스트

이번에는 블로그 이웃 모임 때문에 안면도에 들렸다가 담은 사진을 보여 드릴려고 했던 거였는데 주절주절 옛 이야기를 늘어놓고 말았네요.

이 자리를 빌어 진정한 바다의 사나이 석해균 선장님의 쾌유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11/01/29. http://ecotrip.co.kr)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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