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안면도(安眠島)에서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전 20대 후반을 외항선 항해사로 보냈습니다.
그때 참 좋았습니다.
배가 항구에 입항하게 되면 여러가지 피곤한 일도 많지만 그 보다 이국의 풍물을 접하게 된다는 설레임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오곤 했지요.
돌이켜 보니 망망대해를 단조롭게 항해하던 일상들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날씨까지 쾌청할땐 더할 나위 없었죠.
바다생활 익숙해진 이후 자연스럽게 갖게된 취미가 클래식 음악을 듣기, 동양 고전 원서로 읽기, 명상같은 마음공부 심취 뭐 이런 것이었으니까요.
환경이 편안해야 가능한 것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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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면도 해변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물론 억척스런 바다 사나이들끼리 모여서 살다 보니 이런 저런 갈등도 많고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큰 폭풍을 만나면 배가 전후 좌우로 요동을 치기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고 잠도 설치게 마련이라 늘 머리는 띵하고 이 산더미 같은 파도밭에서 뒹굴다가 수천미터 심연속으로 빨려들어가 더 이상 고국땅을 밟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지나 않을까하는 두려움도 엄습하곤 했지요. 고향에서 늘 노심초사하시는 부친께도 불효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한 날은 플로리다 해협을 항해하면서 쌍안경으로 마이애미 비치에서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바다에서 해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해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날의 결심 덕분에 이듬해 그 일을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승선 생활이 비교적 제 성격에도 맞았고 다른 사람들보다 적응도 빠른 편이었는데 기왕지사 시작한 것 선장까지 마치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럽답니다.
그래서 일까요? 바닷가를 자주 찾게 됩니다.
하지만 바다를 마주하더라도 예전 같은 감동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네요.
어쨋든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속은 확 트입니다.
그래서 일망무제로 펼쳐진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을 좋아해서 특히 몇 군데를 즐겨 찾곤 하는데 안면도 해안은 어디든 다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매년 한 두번은 안면도를 찾게 된답니다.
이제는 바다에서 해안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요즘들어 요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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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포스트 |
이번에는 블로그 이웃 모임 때문에 안면도에 들렸다가 담은 사진을 보여 드릴려고 했던 거였는데 주절주절 옛 이야기를 늘어놓고 말았네요.
이 자리를 빌어 진정한 바다의 사나이 석해균 선장님의 쾌유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11/01/29. http://ecotrip.co.kr)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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