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파이프능선에서 학바위능선으로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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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형적인 관악산 풍경으로 굳은 연주대와 기상레이더의 참 특이한 동거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관악산 신화
오래전 이야기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을때 지인이 무속인을 소개했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고 예쁜 처녀 점쟁이라는 말에 호기심도 발동해서 가쁜숨을 몰아쉬며 달동네 꼭대기에 있는 그 처녀의 집을 찾아갔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스무살이나 갓 넘겼을 청바지 차림의 앳된 처녀가 대문을 열어주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커피를 타고 있던 그 아가씨의 수줍어 하는 모습에서는 무속인의 이미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지만 막상 한복으로 갈아입고 신당에 앉아 종이에 씌어진 이름과 생일생시를 상위에 올려놓고 무당사설을 서툴게 읊조리는 것을 보면서 비로소 그녀가 무속인 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잠시후 내 생애가 그녀의 입을 통해 줄줄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있자니 신통하다 못해 섬찟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착하고 앳되어 보이는 처녀가 왜 하필 무속인이 되었는지가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어 내 점쾌 보다 오히려 그걸 집요하게 물었다.
주저하던 그녀가 마침내 담배를 청하고 담배연기를 길게 내 뿜으면서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얘기는 담배 한 갑이 동날때까지 계속되었다.
제가 다니던 직장에서 관악산으로 등산을 갔어요.. 평소엔 힘이 부쳐 등산도 잘 못하거든요. 그런데 그날 따라 힘이 펄펄 넘치는 거예요. 남자들도 나를 따라오지 못할 정도였어요. 산 봉우리에 올라 관악산을 둘러보는데 그 경치가 금강산이 이보다 멋있을까 싶을 정도데요. 병풍같은데서 보는 동양화 있잖아요. 딱 그런 풍경이었어요.
경치에 취해 온 산을 쏘다니다가 커다란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데 흰 치마저고리를 입은 할머니 한분이 다가와 물 한바가지를 건네주더군요. 그걸 받아 마시고 바로 잠이 들어버렸어요. 깨어보니 완전히 밤이더군요. 그래도 전혀 무섭지도 않았고 밤길도 씩씩하게 내려왔던 것 같아요.
그런일이 있은 다음부터 이상하게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모든것이 다 보이는 거예요. 저도 까닭없이 심하게 아퍼서 직장에 나가지도 못할 지경이 되었구요. 무슨 병에 걸린줄 알고 병원에 가봐도 모든것이 정상이라는 거예요. 결국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게 되었는데 신병이라더군요. 버티다 결국 이렇게 되었네요.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관악산 바위를 찾아 제를 올린답니다. 이따금씩 그 할머니가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해요. 그 분이 바로 제게 신통력을 주신 관악산 산신이랍니다.
그녀는 담장 너머 관악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관악산 가보셨어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인것 같아요."
그 후로 관악산에 갈때마다 어린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한 때문에 무속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얼굴도 마음씨도 참 곱던 그 처녀를 떠올린다. 그녀가 보았다는 금강산보다 더 멋진 그 경치가 어디일까를 가늠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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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번째 봉우리 오르는 철계단, 무엇을 찾아 위를 향해 기를 쓰고 오르는걸까. 결국은 내려올 꺼면서 ⓒ서울포스트 |
2011년 2월 19일 토요일
특별한 이유도 없이 꽤 오래전부터 관악산을 별러왔다.
막상 날을 잡고 보니 강쥐님과 둘 만의 단촐한 산행이 되었다.
사당역은 안이나 밖이나 온통 등산복 차림으로 넘쳐난다.
아마 비교적 따뜻한 관악산쪽으로 사람들이 죄다 몰린 까닭이 아닐까.
사당역을 출발하여 관악산을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사당역 4번 출구에서 남태령방향으로 100미터쯤 올라와 좌측 골목을 따라 들어와 관음사에서 국기봉을 향해 오르는 방법과 사당역 5번 출구로 나와 먹자골목을 300미터가량 따라들어가 다시 좌측으로 꺽어 쭉 올라가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약수터와 체력단련장을 거쳐 국기봉으로 오르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 길은 거의 1km에 가까운 주택가 골목길을 거치고 초반부터 된비알을 기어오르면서 진을 빼야 하는데 관음사쪽 들머리가 훨씬 순하다고 한다. 그것도 모르고 줄곧 이길로만 다녔네. 바보처럼...
파이프 능선
관악산 동쪽 능선은 거의 이름이 없다.
사당에서 연주대에 이르는 긴 능선이름도 백방으로 수소문 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당동에서 시작했으니 사당능선이라 부르든지 북한산 산성 주능선처럼 관악주능선으로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몇 년전 그 주능선에서 샛길로 들어서는 사람들을 무작정 따라갔다가 얼떨결에 슬랩으로 오르고 이어지는 가파른 암릉을 오른적이 있는데 참호나 안테나까지 이어지는 전선이 훼손 되는 것을 보호하는 파이프가 능선을 지나가고 있어 파이프 능선이라 부르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미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어 공식명칭이나 다름 없다.
파이프능선으로 가는 접근로에는 잘 생긴 남근바위도 있고 짭짤한 슬랩맛도 볼 수 있어 강쥐님께 소개시켜 주고 싶었다. 들머리를 잘 찾아서 들어가면 수월한데 거기를 지나치는 바람에 상당한 알바를 감행해야 했고 남근바위는 지나쳐 버렸고 슬랩은 아직 꽁꽁 얼어있어 엄두도 못내 결국 우회하여 파이프능선에 오르긴 했어도 이거 완전히 체면 구겼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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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테나가 있는 봉우리 못미쳐 파이프능선으로 빠지는 오솔길이 있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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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면 슬랩과 암릉을 타고 파이프능선으로 올라서야 하는데 아직 손님 맞을 준비가 안된 분위기라서 돌고 돌아간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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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쥐님께는 못 보여준 남근바위 -지나가던 친구왈 아따 고놈 솔찬허네. -(2008.11 촬영)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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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둠이 유용할때도 있다. 구도만 남기고 모든 흉함은 덮어주기 때문이다. ⓒ서울포스트 |
시산제 유감
파이프 능선으로 올라와 점심자리를 찾아 바위틈을 두리번 거렸으나 그쪽은 아직 바람이 매웠다.
양짓녁을 찾아야 헤메다가 드디어 바람 한점 없는 명당자리에 밥상을 폇는데 바로 위쪽에 있는 봉우리에서 최소한 서른명 이상의 등산객들이 시산제를 열고 있었다.
뒤에 쳐진 동료의 지팡이가 되어주고 이마에 흐른땀을 닦아주고 어쩌고 저쩌고 나뭇가지 하나 풀한포기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산신령께 아뢰는 축문이 쩌렁쩌렁 관악산을 울렸다. 밥 먹으면서 얼핏 들어보니 구구절절 다 옳은 얘기일세 싶었다.
그들을 등지고 있어 보지 못했는데 강쥐님이 자리를 뜨고 있는 그들을 향해 허참~ 하면서 혀를 찻다.
시산제 끝내고 음복을 한 다음 쓰레기를 놔두고 가버린 것이다.
시산제라는 것을 한 번도 안해봐서 그럴 수 도 있다는 정황조차 짐작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뇌까리는 산악인의 선서니 시산제 축문을 유심히 들어보면 최소한 산행의 기본 만큼은 제대로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그런 행사가 틀림 없는 것 같은데 전에도 시산제가 끝낸 후 나뒹구는 막걸리병을 내버려두고 떠난 것을 몇차레 목격한 적이 있었던 터라 그런 이들은 시산제라는 것을 남들 하니까 따라하는 놀이 정도로 밖에 여기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리 한국의 정치꾼이나 종교인들의 말과 행동이 다르기로서니 산에 다니는 사람들 특히 시산제를 연례행사를 가질 정도로 자칭 산악인이라 이르는 사람들 마져 그래서야 되겠는가. 끌끌끌 ( 혀 차는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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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낙에 유명한 관악산 지도바위 무수히 지나쳤건만 오늘 처음으로 찬찬히 드려다 본다. 좋게 보면 그렇다는 거지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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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을 얻을려면 최소한 이렇게는 생겨줘야. 햇불바위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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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도바위를 비롯하여 별별 바위가 다 있는 저동네 - 빨강옷 입은 사람 아랫쪽으로 관악문 구멍이 빼꼼이 보인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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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름길이 미끄러워 아줌마들 애를 먹는다. 우회로도 있는데 굳이 왜? 이 멋드러진 소나무 보고 싶어서?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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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촌 스럽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이런거 한장은 넣어줘야 직성이 풀리는데 어쩌냐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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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주대 바로 뒤에 있는 봉우리엔 멋진 소나무가 세그루있는데 그 중 한그루는 이렇게 온 몸을 내주고 있다. 예수목이라 불러줄까. 부처목이라 불러줄까.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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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름다리에서 관악산 정상, 그런데 레이더 있는 자리가 더 높지 않나? ⓒ서울포스트 |
관악산 누구꺼니?
관악산의 경우 관리주체가 관악구와 과천시와 안양시로 나뉘어 있어 국립공원처럼 통일된 관리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
관악산은 등산인구로 볼때 우리나라에서 열번째 손가락 안에는 들어가는 산일 것이고 그 중 99%가 이나라에 세금을 내는 한국사람임에 분명한데 무명의 지방에 있는 산 보다 관리가 오히려 소홀하다는 느낌이다. 이정표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그렇다.
예를 들면 연주대에서 연주암으로 내려가는 길목에서 우측은 팔봉이나 학바위능선 혹은 서울대쪽으로 내려가는 계곡길로 갈라지는 매우 중요한 갈림길인데 여기에도 이정표가 보이지 않고 관악산의 명소로 자리잡고 있는 학바위 능선 진입로, 팔봉가는길 어디에서도 산행지도나 이정표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기봉에 흉물스런 철사다리를 놓는 예산 100분의 1 만 갖고도 얼마든지 훌륭한 등산객 안내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관악산. 수락산. 불암산. 청계산처럼 많은 수 많은 등산객이 이용하는 서울 근교산의 경우 산림청이나 환경부가 주관하여 해당 지방자치단체간 협의체를 구성하여 국립공원처럼 등산로관리와 이정표설치같은 기본적인 것이라도 통일된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그대들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국민들이 언제까지 참아야 하고 언제까지 등산로에서 구르고 다쳐야 하는가.
그런 식이라면 지금은 철 밥그릇이겠지만 머지 않아 질그릇으로 바뀔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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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주대. 언제봐도 질리지 않는 관악의 보배!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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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악산의 두번째 봉우리, 긴 호를 그리는 비행운은 순간 포착이다. ㅎㅎ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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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바위 능선 초입에서 바라본 연주대 서쪽 능선의 바위길이 만만하지 않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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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공학관에서 시작되는 자운암 능선! 올 봄 산행은 이 능선에서 시작할 것이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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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바위! 타고 넘을 수도 있는데 바위틈이 꽁꽁 얼어있어 패스. 그런데 넘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젠도 안하고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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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바위 능선으로 내려오는 길 근자에 보기 드물게 하늘이 맑았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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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회로가 없었다면 학바위 능선도 접근 불가 난이도의 리지코스였을 것이다. 능선 끝날 즈음의 국기봉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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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기봉에서 시간관계상 포기한 팔봉능선을 바라본다. 관악산의 의상능선이라고나 할까.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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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카메라를 꺼내 팔봉의 마지막 봉우리를 최대한 당겨보았다. 맞다. 금강산 못지 않아.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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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대바위도 보이고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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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고기를 물고 있는 티아노사우러스 머리 화석 ⓒ서울포스트 |
날씨도 포근하고 하늘도 파랗고 햇볕도 좋은 산행이었다. 무려 여섯시간 남짓 걸었지만 그 모든것을 합한 것 보다 좋은 동행이 있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산행을 마치고 파전과 낙지볶음에 소주 한 잔 그것도 좋았다.
(2011/02/22, http://ecotrip.co.kr)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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