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충북 영동 '반야사 문수전'의 초절정 비경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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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결처럼 나타난 석천강 문수전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1. 반야사 일주문에서
졸다 깨다를 거듭하다 보니 어느덧 영동 반야사 초입에 들어섰다.
맞다.
병팔이네 처갓집 동네.
추풍령 고개 넘는 길목
충청도 영동!
갈수기임에도 제법 풍성한 수량으로 흐르는 석천을 거슬러 반야사로 향한다.
산뜻한 강바람에 간밤의 지독했던 숙취가 달아나고 속세간의 일들이 벌써 아득하니 선경(仙境)에 온 듯 하다.
이름도 생소한 반야사(般若寺)
지혜의 포스!
그 반야(般若)를 얻으러 가는 첫 관문 일주문엔 들어섰지만 햇봄의 미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 중생은 백두대간의 얼음장을 깨고 일어나 내달리는 석천의 물소리에 취하고 백화산 봉우리에 아직 도도하게 핀 겨울 꽃 상고대에 눈길을 뺏겨 길을 잃고 산만 바라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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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천이 흘러 나오는 길을 나그네가 간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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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을 빼앗는 미약(媚藥)이런가. 주행봉 상고대 ⓒ서울포스트 |
2. 탑 대신 호랑이
동행하신 분들은 각개전투 하는 병사들 마냥 각자 산개(散開)하며 반야사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느라 분주하건만 백화산 상고대에 혼을 뺏겨 정신줄 놓은 사람마냥 경내를 어슬렁대는데 영동군 문화재 해설사님께서 붙들고 반야사를 설명해 주신다.
반야사 삼경(三景)이 반야사 3층 석탑 (보물 1371호)와 오백 살 먹은 배롱나무와 긴 꼬리를 세운 호랑이 한마리라 하여 절마당 건너편 언덕을 바라보니 영락없다. 호랑이 한마리. 꼬리 치켜들고 다닌다는 까치 호랑이...
천년 석공의 혼이 서린탑은 건성으로 지나치고 얼핏 호랑이처럼 보이는 돌무더기나 바라보는 이 어리석음은 언제쯤 밝은 눈을 얻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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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천은 반야사를 안고 (필름 카메라)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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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산은 석천을 품는다.(필름 카메라)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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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층 석탑. 호랑이. 오 백살 배롱나무 반야사 삼경! ⓒ서울포스트 |
3. 꿈결에서 보았던가. 문수전
경내에서 얼쩡 거리는 것이 지루해지기 시작하던 참이었는데 대웅전 뒷편 산마루위에 사람 기척이 어른 거린다.
옳다싶어 한 달음에 달려가니 석천이 굽이치며 날을 세워놓은 칼날 능선 꼭대기였고 오른편 족히 100미터는 쯤 되는 낭떠러지 위에 제비집처럼 얹혀있는 맞배 지붕의 예쁜 기와집 한채가 보였다.
생각없이 오른 거였는데 조물주가 숨겨놓은 그림이런가.
갑자기 나타난 이 절정의 아름다움 앞에서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희끗한 포말을 일으키며 산굽이를 돌아가며 프르스름한 청자빛을 띠고 산자락을 휘감아 돌아가는 석천은 승천을 하려는 청룡의 형국이다.
그런 강렬한 생명력이 산골짝에 넘치는 까닭일까.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때 의례것 찾아오는 나른함이 한꺼번에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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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수전 아래 까마득한 석천 ⓒ서울포스트 |
세조 임금님께서 문수보살을 친견했다 하여 문수전 이라고 부른다는데... 엄청난 민폐를 끼치면서 한양에서 충청도까지 높은 연을 타고 오신 분을 문수보살이 찾아와 병이 낫게 해 주셨다고?
동문수학하던 친구들 뿐만 아니라 조카와 동생까지 죽인 죄책감 때문이라면 임금 자리 던져 버리고 삼베옷에 죽장 집고 홀로 찾아와도 시원찮을 판인데... 숭유억불정책의 폭압에서 어쨋든 살아 남으려는 불심이 담겨 있는 안타까운 전설 쯤으로 생각하자.
몸과 마음이 썩어들어가는 업보에 시달리던 수양대군이 아니라 저 벼랑끝에 집을 짓고 간절한 발원을 드린이가 문수보살을 만나 반야를 얻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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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틀거리는 청룡! 석천 ⓒ서울포스트 |
4. 문수전을 내려오다
석천으로 내려와 올려다 보니 문수전이 창끝에 매달린듯 내려다 볼때보다 오히려 위태롭다.
그곳을 향해 줄곳 합장을 풀고 있지 않은 노승이 관악산 연주대 만큼 아름다운 절경이라고 말씀 하신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석천 벼랑위에 홀로선 한 마리의 학같은 고고함에 범접할 수 없는 서기가 서려있다.
천하 절경 연주대에서도 아름다움의 극치에 차마 걸음을 돌리지 못했던 선운산 도솔암에서도 그것은 보지 못했다.
반야사 문수전을 만난것 하나만으로도 이번 1박 2일 충북 여행은 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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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개속 영빨 가득한 설산, 한성봉(933) (필름 카메라)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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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고 돌아가는 인생길 같은 석천 ⓒ서울포스트 |
석천과 더불어 걷는다.
굽이 굽이 가다 보면 반야사가 나올 것이다.
저 만큼에 먼저 길을 나선 노 스님의 뒷 모습이 보인다.
차마 앞 지를 수 없어 조급함을 참고 천천히 천천히 스님의 자취를 따라간다.
그 모습이 하늘을 이고 선 문수전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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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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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마음이 커져 문수전을 지었겠다. ⓒ서울포스트 |
5. 다음에 오면
반야교에서 출발하여 주행봉을 거쳐 백화산 최고봉인 한성봉(933)에 이르고 반야사로 내려와 고려 석탑 미학의 결정체라는 삼층 석탑을 찬찬히 살펴보고 다시한번 문수전에 오른다음 개척되지 않은 길을 따라 석천상류로 향해 걸어갈 것이다.
저물기 전에 비박하기 좋은 너럭바위를 만났으면 좋겠다.
드러 누어 초롱초롱한 별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맑게 게인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녕 아름다울 여행길을 함께할 좋은 동행과 소주라도 한잔 곁들었으면 더욱 좋겠다.
하루쯤 더 머물면서 영동의 또 다른 비경 양산팔경 과 한천팔경 도 돌아 볼 수 있으면 무지 좋겠다.
(2010/03/04, http://ecotrip.co.kr)
자료검색: 충북 영동군 황간면, 경북 상주시 모동면에 위치한
백화산(白華山 933m) 반야사(般若寺) 문수전(文殊殿)
= 반야사(般若寺)는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이다. 720년(성덕왕 19) 의상(義湘)의 제자인 상원(相願)이 창건했다고 한다. 1325년(충숙왕 12)에 중건했으며, 1464년(세조 10)에 왕의 허락을 받아 크게 중창한 뒤 세조가 대웅전에 참배했다. 이때 문수동자가 세조를 절 뒤쪽 계곡인 망경대(望景臺) 영천(靈泉)으로 인도해 목욕할 것을 권했고, 황홀한 기분으로 돌아온 세조가 어필(御筆)을 하사했는데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현존 당우로는 대웅전·요사채 등이 있으며, 대웅전 안에는 탱화(幀畵) 6점이 봉안되어 있다. 이밖에 3층석탑·부도·목사자·청기와·법고·범종 등이 남아 있다.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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