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의상능선'의 봄맞이 산행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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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원능선에서 바라본 백운대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기운이 맑고 어머니 품처럼 자애롭고 따스한 영산(靈山)을 찾아 간절히 구하면 혼탁해진 영혼이 말끔히 정화된다고 믿는다.
그런 산에 들면 내 안에 있는 욕망의 안개를 걷히는 느낌이 든다. 분노의 불이 사그라든다.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초조함으로 부터 벗어나게 된다.
드디어 말끔히 닦여진 영혼의 창을 통해 산에 깃들어 있는 자연의 빛이 들어오면 마음은 한없이 평온해지고 바짝 말라버린 내면은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 채워진다.
내게는 북한산이 그런 산이다.
그중 의상능선은 성소(聖所)같은 곳이다. 마음에 찌꺼기가 쌓여있어 감당할 수 없을때면 의상능선을 찾는다.
2011년 4월 23일 토요일
오랜만에 의상능선을 찾았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었다.
그 바람에 지난 겨울이 내 삶에 남긴 온갖 찌꺼기들을 말끔히 날려버리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한걸음 한걸음 바위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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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상봉을 오르는 다정한 커플 ⓒ서울포스트 |
지난 겨울 진달래 능선 이후 오랜만에 찾아온 북한산에 봄이 무르익고 있을 것으로 짐작했는데 북한산은 이제 막 겨울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백화사에서 의상봉을 오르는 숲속엔 간간히 진달래가 피어있고 찌르레기 우는 소리가 숲을 깨웠지만 북한산 주종을 이루는 참나무들은 아직 맨살 그대로고 겨우 가지끝에 움을 틔우고 있을 뿐이었다.
북한산의 봄은 이제 막 시작이다.
땀을 흠뻑 흘리면서 의상봉 정상까지 간간히 이어지는 슬랩을 꽁지발로 올라 의상봉 벼랑끝에 섰다. 몸을 가누기 힘들만큼 세찬 바람이었지만 더운 몸을 식히기엔 더할나위 없었다.
그 바람결에 분명히 북한산의 기(氣)가 실려있었을 것이다.
답답하던 가슴이 뻥 뚫리고 몸은 새처럼 날아갈것처럼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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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에 서서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겼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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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칠한 의상과 원만한 원효 두가지 모두를 존경하는 중도(中道)가 필요한 시대!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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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확실하게 보인다. 우리 할머니 얼굴!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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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氣)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 수도꼭지! 용출봉과 의상봉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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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엽다. 증취능선의 강아지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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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취봉 옆구리에서 바라본 의상.용출.용혈 ⓒ서울포스트 |
기맥(氣脈) 의상능선
풍수가들은 의상능선 같은 거대한 암릉을 기(氣)가 넘쳐흐르는 폭포수로 본다.
육체적으로는 세포 단위까지 작용을 하고 정신세계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한다.
이런 기운은 그것을 대하는 이의 자세에 따라 해로울 수 도, 유익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입산(入山)하기전부터 이런저런 부정(不淨)한 짓을 삼가고 목욕재개한후 경건한 마음으로 산에 들었던 것이다.
매이지 않는 홀몸이라 산행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의상능선에 흐르는 기운(氣運)을 느껴보려 했는데 내속에 부정(不淨)함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탓인지 마음을 애써 드잡아 놓으면 세속의 잡념에 부딪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버리곤 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의상봉의 신선함, 용출봉의 강렬함, 용혈봉과 증취봉의 평온함정도는 겨우 구분할 수 있었다.
내 안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번뇌망상과 떼를 지어 온산을 몰려다니고 마른 낙옆을 하늘로 흩뿌리면서 분탕질을 해대는 대단한 바람속에서도 그 느낌만큼은 선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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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한봉 오름길에서 바라본 웅장한 총사령부와 유장한 산성주능선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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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찬 바람속에서도 총 사령부와 의상능선의 빼어난 절경에 홀려 가던길을 멈춘 사람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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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한봉과 비봉능선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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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한봉의 머리카락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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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원능선에서 총사령부와 도봉산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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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남문과 보현봉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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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원능선에서 바라본 산성 주능선 ⓒ서울포스트 |
고요한 명상공간 상원능선
의상능선의 종착역인 나한봉에서 내려와 낑낑거리며 바위비탈을 오르면 거기가 상원봉이다.
그대로 직진하면 청수동 암문을 거쳐 문수봉과 대남문이고 좌측은 편평한 상원능선의 등허리다.
상원능선은 등산객의 왕래가 비교적 뜸한 곳이다.
문수봉과 가까운 능선부엔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아직 봄기운이 무르익지 않아 꽃 멍울조차 맺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곳도 봄기운에 휩쌓이게 될것이고 5월초쯤이면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날 것이다.
카메라까지 배낭속에 집어넣고 명상을 시도했지만 실패!
바람이 휘몰아치는 단애의 가상자리가 겁날정도로 아직 몸과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까닭이다.
어쩌면 산이 나를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고요하고 평화로운 상원능선을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젖은 솜처럼 무겁던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내친김에 북한산 최고의 수행처라고 일컬어지는 봉선암과 천해대를 찾아가기로 맘먹고 상원능선을 내려왔다.
행궁터 발굴조사를 하느라 등산로가 막혀있어 나가는 길을 찾느라 한참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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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선암 가는길, 봉선암은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었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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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서 발길을 천해대로 돌렸다. 중간에 있는 편평한 바위가 좌선(坐禪)과 기도의 공간이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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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해대에 앉아서 바라본 상원봉, 과연 하늘이 내린 자리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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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해대 우측엔 북한산의 영험한 봉우리들이 호위무사처럼 잡스런 기운을 막아주고 있다. ⓒ서울포스트 |
하늘이 내린 수행공간 천해대
이 블로그에서도 언급한바 있지만 수행(修行者)에게 필요한 네가지 조건은
첫째 수행공간
둘째 재정( 도를 닦는 사람도 먹고는 살아야하고, 먹고 사는데 신경쓰지 않으려면)
셋째 스승
넷째 도반이다.
그중 가장 찾기도 까다롭고 수행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가 자신에게 적합한 공간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
수행하는데 방해를 받지 않아야하고 너무 편안하거나, 반대로 너무 부담스럽지도 않아야하는 등 하여간 까다로운 요소가 많아 보통 10년 이상은 헤메야 그런 장소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법정스님이 전기같은 문명의 이기도 활용할 수 없는 없는 강원도 첩첩산골에 있는 화전민이 버리고간 오두막을 선택한 것도 그런 측면일 것이다.
천해대는 산행을 하는 이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공간이다.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 생각을 멈추고 오직 그 느낌에 집중해 보았다.
마치 벤츠 600같은 최고급 세단을 운전하는 듯한 중후함이 온몸으로 전달되었다.
그러나 오래 앉아있을 수는 없었다.
명차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내가 탈수 있는 차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번 앉아보는 것 만으로도 호강한 셈이다.
하늘이 허락하시면 언젠가 내게 맞는 좋은 자리를 얻을 수 도 있겠지만 천해대는 적어도 나같은 사람이 머물자리는 아니었다. 나는 아직 그럴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04/25, http://ecotri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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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해대에서 내려와서 만난 산성 골짜기엔 봄기운으로 가득차 있었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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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산이 요란한 소리를 내고 흐른다. 기분 좋은 생명의 소리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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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이 완전히 점령한 산성 골짜기의 늦은 오후!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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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에취해 산성 계곡을 내려오는 발걸음은 한없이 더뎠다. ⓒ서울포스트 |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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