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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 궁극의 녹색이 빚어낸 부드러운 세상

나종화 객원기자 | 2011/05/11 20:27

[계양산] 궁극의 녹색이 빚어낸 부드러운 세상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계양산 들머리 계곡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이렇게 지독한 감기는 난생 처음인것 같다.
지난주 금요일 부터 시작해서 일주일 내내 앓았다.

매년 4월이면 계절병처럼 감기가 찾아오곤 했었다.
그러나 산행으로 몸이 단단해지고 난 이후부터는 그냥 건너 뛰거나 기껏해야 종합감기약 두어알이면 떨어지곤 했는데 이번 감기는 몸에 찰싹 달라붙어 병원을 세번씩이나 들러서 (감기걸려서 병원가는거 몇년 전까지 이해 못함)

주사를 맞아도 약을 먹어도 도무지 차도가 없었다.
밤이면 유달리 심해지는 기침때문에 잠을 잤는지 안잤는지 가늠이 가지 않고 만사가 귀찮기만 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 나가 긴급한 일만 처리하고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 이불 뒤집어 쓰고 온갖 종류의 꿈에 시달리면서 시도 때도 없이 잠을 청하곤 했다.

콧물,가래,눈물 그리고 기침,몸살,오한,발열 심지어 설사까지 그야말로 감기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모든 것을 몸에 달고 있는 이를테면 '감기의 종결자'가 된 셈이다.

ⓒ서울포스트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 작심하고 어제 북한산 숨은벽 산행을 계획했었다.
오락가락 하는 비와 잔 바람조차 마치 피부를 침으로 콕콕 찌르는 듯한 오한 때문에 링위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넉다운이 되었다.
침대에 누어 계속 콜록거리고 있자니 땅이 푹 꺼지는 것 같아서 털고 일어나 오한을 무릅쓰고 들녁을 한바퀴 돌았더니 오히려 몸이 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은 들었지만 또다시 간밤에 거의 한숨도 못이루고 콜록거렸다.
갑자기 이거 다른 큰병이 걸린것 아닌가 싶어 겁이 덜컥 났다.

2011년 5월 8일 일요일 아침

주일이니 당연히 교회에 가야했다.
그러나 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포기했다.
몸도 몸이지만, 30초 간격으로 콜록거려야 하기 때문에 예배보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내가 교회를 가지 않으면 가족들은 교통편 때문에 애를 먹는다.
결국 절충안을 선택했다.
가족들을 교회까지 태워다 준다. 나는 교회대신 산으로 간다.
암만 생각해도 이 체력으로 북한산은 무리인것 같아서 계양산으로 향했다.

ⓒ서울포스트

지금 계양산에 깊은 숲이 어디 남아 있겠는가만 그래도 비교적 인적이 드문 솔밭을 알고 있어 거길 찾아갔다.
마침 나무 등걸이 있어 배낭도 내려놓고, 등산화와 양말도 벗고 거기 앉아 모든 생각을 중단하고 숲에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다 맡겼다.
영혼과 몸과 마음....
내 나름 성스러운 예배를 그렇게 드린 셈이다.

10여분 지났을까.
은은한 솔향이 코끝을 맴돌더니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때의 신선한 기분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빛의 흐름을 보았다.
여린 아침햇살이 솔가지에 다시한번 걸러져서 숲으로 퍼지는 것이 보였다.
아기의 손처럼 잎을 펼치는 키작은 도토리 나무위에도 애기나리 군락지에도 빛이 흘러들어 얕은 여울을 흐르는 시냇물 처럼 부드럽게 일렁였다.
어쩌면 그것이 현화(現化)된 숲의 생명력이 아닌가 여겨졌다.
그것은 내 머리위에서 시작하여 온 몸을 타고 흘러내려갔다.
그것을 느끼고 있는 자체가 황홀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분명한 느낌이었다.

ⓒ서울포스트

이맘때 계양산 최고의 가수는 단연 찌르레기지만 오늘은 첨 들어보는 특이한 노래소리가 등장했다.
쑥! 쑥! 하는 간결한 음절엔 여운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더욱 신비롭게 숲속으로 울려퍼진다.
10여분 넘게 한음절씩 노래하던 놈이 갑자기 쑥쑥쑥쑥! 네음절을 한꺼번에 붙여서 불안하게 지저귄다.
아니나 다를까 앉아있던 장소에서 한참 아랫쪽에 있는 오솔길에 두사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산으로 숲으로 찾아드는 것은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여유로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가 공급하는 신선한 산소 수풀이 주는 다양한 자연의 빛 숲속에 가득차있는 몸에 이로운 음이온 그리고 육체적인 단련 이런 산이 갖고 있는 일련의 물리적인 현상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산엔 그런 물리적인 현상보다 궁극적인 무엇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것을 산의 정기(精氣), 하나님의 섭리, 숲의 정령(精靈)? 뭐라고 부르든 하여간 산에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굳이 풀어서 말하자면 원초적인 생명력 같은 것이다.
그것이 햇살과 바람과 물을 어울어져 온갖 생명들을 키워낸다.
난 사실 오늘 그걸 만나기 위해 계양산에 깃든 것이다.
산을 찾아 아픈 심령을 달래던 그때처럼...

ⓒ서울포스트

오늘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육신을 산에 기대었다.
그리고 막혀있던 혈(穴)이 하나씩 뚫려가고 있음을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머리가 맑아지고 코가 뚫리고 기침을 하는 횟수도 줄어들고 몸살기운도 거의 없어졌다.
한 시간 가량 그렇게 몸을 맡기고 있었더니 계속 산행을 할 수 있을 만큼 몸이 가벼워졌다.
그걸 예상하고찾아왔지만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서울포스트

우리 조상들은 산을 경외의 대상으로 삼았다.
불교와 기독교를 막론하고 현자들은 한결같이 산에 깃들어 능력과 평화를 구하지 않았는가.

등산 인구 천만명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산행에서 부터 약채산행,비박산행,산악자전거,산악오토바이,산악용 사륜차, 산악승마, 산악 울트라 마라톤,오지산행, 사냥까지 산을 찾는 이유도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우리나라엔 이제 더 이상 심산유곡이 존재하지 않으며 시골의 어지간한 야산에 까지 등산로가 개설되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는 국립공원이 관리가 가장 잘 되고 있고 그 밖의 산들은 등산객이 폭증한 10년 동안 훼손의 정도가 말 할 수 없을 만큼 심해졌다.

예를 들면 이곳 토박이 어르신들 말씀에 의하면 계양산은 뱀이 많기로 유명한 산이었다.
처음 계양산을 찾았을때 (13년전) 땅꾼들이 쳐 놓은 뱀 그물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고 실제로 화사,누룩뱀은 물론이고 구렁이 종류도 본적이 있었다.
겨울이면 숲속이 산토끼 발자국으로 어지러웠다.
계곡엔 최소한 서너종의 물고기가 살았고 개구리, 청개구리같은 종들은 흔하게 눈에 띄었다.

6~7년 전부터 산토끼의 흔적이 사라지더니, 4~5년 전부터는 뱀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등산객들이 밀려들면서 계곡에 살고 있던 피래미를 비롯한 물고기와 가재도 씨가 말랐다.
계양산에서 개구리를 구경한것도 몇 년 되었나 보다.

몇 년전만해도 자전거를 타고 계양산을 온통 헤집고 다니는 사람들과 드잡이를 해도 말이 되었지만 지금 그랬다간 미친놈 소리를 듣게될 것이다.
계양산이 수도권의 유명 산악자전거 코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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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산의 훼손과 생물다양성에 교란을 일으키는 우리들의 행위는 반드시 매우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산은 늘 그랬듯이 언젠가는 태초에 있었던 그대로 자연의 섭리대로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지만 그 탐욕스런 훼손의 결과는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우리들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왜 그런 잔인한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멀쩡한 소나무 껍질을 죄다 벗겨내고 어떤 소나무엔 대못을 박아놓고 야생화를 꺽어 다니다가 시들어지자 길바닥에 팽게치고 길도 아닌 곳을 산악자전거로 누비면서 갓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있는 아기나리들을 짓이겨 놓고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바로 나 자신이 그걸 모두 되돌려 받을 것이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보호하는 국립공원이 아닌 일반산들의 훼손과 우리들의 몰지각한 등산광풍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때이다.

이렇듯 계양산에 올때마다 산에서 이상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어 불쾌해진다.
첨엔 드잡이도 하고 나이든 어르신이라 할지라도 한 말씀 드리곤 했는데 예전에 자전거 타는 분과 한바탕 한 다음부터는 못 본척 하고 지나간다.

한번은 계양산을 지키는 환경운동 캠페인을 하고 있는 무리가 있어 간사라는 분을 찾아 골프장 반대도 좋지만 등산객들을 상대로 자연훼손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이나 구청에게 등산로 정비하라고 건의하는 것이 계양산을 살리는데 더 시급한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그 분이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딱 그랬다.
" 임마 너 바보아냐? "
그 사람들 뒤엔 모 방송국 카메라가 따다다니고 있더라...빌어먹을.
계양산을 지키기 위해 분신이라도 할 것 같은 기세였던 그 분들 지금은 뭐하시는지 모르겠다.

ⓒ서울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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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그래서 마음은 아프지만 그리고 아직 몸이 감기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해서 산을 오르는 것이 어느때보다 힘이 들지만 계양산에 일년중 가장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연녹의 향연을 바라보면서 잠시였지만 고단함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그 녹색의 바다에서 내려오는 길!
완전히 멈추진 않았지만 기침의 강도가 훨씬 약해졌고 몸과 마음 모두 파김치가 되어 솔숲으로 찾아들었던 아침나절에 비한다면 기적이라 할만큼 몸 상태가 호전되었다.

혹시 산에서 몸이나 마음을 치유받기를 원하시면 산에 깃들어 있는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을 품으시기를 ....그리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장소를 찾아 몸과 마음을 맡긴다면 산이 아낌없이 생명력을 나누어 준다는 것을 믿으시기를...

강쥐님은 블로그에서 산을 보약이라 얘기 했지만 오늘 내겐 산은 세상에서 가장 효과 좋은 감기약이다.
오늘밤은 비로소 단잠을 청할 수 있겠다.
그래도 아직은 콜록~~ (2011/05/08, http://ecotri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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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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