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산에서 만난 바람과 구름과 비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 ▲ 북한산에서 만난 바람과 구름과 비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2011년 6월 25일 토요일
집에서 출발할 때 굵은 빗방울이 쏟아져 이런 날 산행이라니 왠 청승이랴 싶어서 그만 둘까 싶었는데 다행히 삼천리 골에 도착했을땐 하늘은 여전히 찌푸렸지만 산은 말끔히 게어 있어 평소엔 멀찌감치에서 내려다보던 의상봉이며 용출봉이 선명한 모습으로 눈앞에 서 있었다.
이럴 때 산위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얼마나 멋들어지겠냐 싶은 설렘과 이토록 말끔한 풍경이 금세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조바심으로 진관사 부도탑에서부터 매봉을 향해 분주히 발걸음을 놀렸다.
 |
| ⓒ서울포스트 |
간밤에 비바람에 시달린 나무들이 토해내는 열기 때문일까.
숲속은 오뉴월에 굼불땐 사랑방처럼 후끈 거려 매봉에 이르렀을땐 자맥질이라도 한것 처럼 온 몸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이럴때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만큼 산이 주는 고마운 선물이 또 어디 있으랴.
또 하나의 특별한 선물은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확 트인 전망이었다.
선명한 모습으로 눈앞으로 다가온 산봉우리들과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광활한 대지를 바라보니 "와" 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인천 계양산과 멀리 송도 신도시의 마천루까지 손에 잡힐 듯 하여 시정거리가 30km는 족히 될 듯 싶었다.
이런 풍광을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 오늘 산행은 대만족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자연의 이벤트는 덤이었지만 더욱 화려했다.
이 황홀한 광경을 혼자만 구경하고 있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
| ⓒ서울포스트 |
 |
| ⓒ서울포스트 |
구름에 가려있는 백운대와 문수봉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바로 눈앞에 보이는 한 뿌리 삼형제인 형출.용혈.증취봉의 눈부신 자태는 응봉능선을 걷는 동안 전망이 터지는 곳 마다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응봉능선 정상과 비봉의 풍경도 평소와는 사뭇 달리 보였고 건너편 웨딩 바위는 햇살 한줌 없이 저 홀로 고혹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
| ⓒ서울포스트 |
 |
| ⓒ서울포스트 |
 |
| ⓒ서울포스트 |
 |
| ⓒ서울포스트 |
응봉능선 정상부를 지날 때는 몸을 제대로 가누기조차 힘들었다.
자칫하면 몸이 오른편 절벽으로 밀릴 것 같아 바짝 움추린채 바람골을 빠져 나왔다.
매봉에서 땀을 식혀주던 고마운 바람이 어느새 공포의 대상으로 바뀐 것이다.
응봉능선이 초행인듯한 산객이 줄곳 뒤를 따라왔었는데 정상부를 지난 다음 한참을 기다려도 그가 보이지 않았다.
필시 안전한 곳에서 이 광풍을 피하고 있었겠지만 그래도 챙겨주지 못한 것이 산행하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
 |
| ⓒ서울포스트 |
사모바위 부근은 북한산의 빼어난 절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이번엔 산은 구름속으로 숨고 그 대신 평소엔 뿌연 연무에 잠겨있던 서울 도심이 티끌 한 점 없이 말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와 바람이 서울 상공의 오염물질을 죄다 씻어가 버렸는 갑다.
북한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이 이렇듯 아름답고 정겨워 보이기는 첨이다.
언제나 등산객으로 붐비는 사모바위 광장은 주말인데도 비어있었다.
몇 안 되는 등산객들도 한결같이 세찬 바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멋 드러진 서울의 진풍경을 원 없이 감상하고 있었다.
그중 마치 감사의 기도를 드리듯 경이로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세분 수녀님들의 모습이 이채로웠으나 차마 카메라를 드리댈 수 는 없었다.
 |
| ⓒ서울포스트 |
 |
| ⓒ서울포스트 |
 |
| ⓒ서울포스트 |
의상능선 너머로 백운대가 구름사이로 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다리며 승가봉에서 올라 한참을 바라보았다. 백운대는 구름속에서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금새 숨어버리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구름은 문수봉과 나한봉 기슭에서도 빠르게 움직였다.
약 600~700미터 고도에서만 구름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그 지점에서 상승기류와 하강기류가 서로 부딪히고 있는 것 같았다. 산 아래에서 광풍이 불어대고 있는 원인이 그것일꺼라고 추측했다.
이 대자연의 파노라마에 구경하느라 넋을 잃고 있는데 느닷없이 모자가 휙 벗겨져 제법 멀리 떨어진 숲으로 날아갔다. 포기하려다 워낙에 정이 들었던 물건이라 내려가서 한참을 헤맨 끝에 기어코 찾아서 혹여 또 날아갈새라 배낭에 담아두고 구름이 현란하게 춤추고 있는 문수봉으로 향했다.
 |
| ⓒ서울포스트 |
이 바람을 뚫고 문수봉 남벽을 오르는 것이 약간 걱정되었는데 오히려 사모바위보다 바람의 세기가 약했다. 문수봉에서 내려오던 산객이 모퉁이 돌아가는 부분에 바람이 엄청 불고 있어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당부를 몇 차레 건네면서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당신도 왔으니 나도 갈 수 있을꺼야' 생각했지만 난간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과연 그곳에도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아까 지나온 응봉능선 정상부에서 만난 광풍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단지 십여미터 더 올라왔을 뿐인데 수증기 입자가 얼굴에 부딪히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안개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강기류와 상승기류가 만나서 부딪히는 바로 그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문수봉에 다가갈 수 록 불과 몇 미터 앞도 분간 되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점점 짙어졌다. 문수봉을 휘감고 있던 구름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문수봉 정상에서 새하얀 운해 가운데 아름답게 솟아난 삼각산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구름속에 덮히고 말았다.
 |
| ⓒ서울포스트 |
 |
| ⓒ서울포스트 |
음산한 안개 속을 헤매는 산행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어서 하산을 결정하고 청수동 암문에서 삼천사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그곳은 언제 바람이 불기나 했냐 싶을 만큼 고요했다.
그제야 시장기가 느껴졌다.
산행 내내 바람에 시달리느라 식사는 고사하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던 것이다.
소찬에다 혼자 먹는 밥이었지만 밥맛이 너무좋아 밥숟갈을 뜨면서 아내에게 맛있다는 전화까지 했는데 느닷없이 비가 쏟아졌다.
'에이 밥 먹을 땐 개도 건들지 않는다는데……'
하늘 바라보며 푸념을 늘어놓으면서 도로 배낭을 쌋다.
그리고 올 들어 첨으로 우의를 챙겨 입었다.
 |
| ⓒ서울포스트 |
처음부터 한두방울 굵게 떨어지던 빗방울은 이내 장대비로 변하고 이젠 쏴 하던 바람소리 대신 후두둑 거리는 소리로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등산로엔 금세 빗물이 넘쳐 흘렀다.
이런식으로 쏟아지면 삼천사까지 3 km를 갈때까지 계곡이 범람할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에 내달려 산을 내려갔다.
그래도 오래만에 장쾌하게 쏟아지는 월한폭포 앞에서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장관을 담아갈까 하다가 괜한 욕심이다 싶어 포기하고 잠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뛰었다.
어쨋든 빨리 안전한 곳까지 내려가는 것이 상책이다.
청수동 암문에서 삼천사 사이 등산로엔 계곡을 가로질러야 하는 곳이 대여섯 군데가 있어 폭우가 계속된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그 와중에도 산을 오르고 있는 대단한 사람들도 있었다.
득달같이 승가능선 초입까지 내려왔는데 다행이 계곡은 범람하지 않아 그때부터는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삼천사 계곡에 수없이 만들어진 폭포를 구경할 수 있었다.그러나 카메라에 빗물이 들어간 바람에 먹통이 되어 그 풍경까지는 담을 수 없었다. 응봉능선에서 문수봉까지 비교적 짧은 구간이었지만 매우 특별한 바람과 구름과 비가 함께 했던 잊지 못할 산행이었다. (2010/06/25, http://ecotrip.co.kr)
 |
| ⓒ서울포스트 |
(나종화 객원기자 )
[
NEWStory makes
History -
서울포스트.seoulpost.co.kr]
서울포스트 태그와 함께 상업목적 외에 전재·복사·배포 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