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북한산 '숨은벽의 여름' (운무, 열하일기)
-SPn 서울포스트, 양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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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사기막골에서. 앞부분은 545봉,555봉,전망대. 정상부에 구름이 내려와 숨은벽은 고개만 살짝 보인다. 오늘 산행은 흐린 후 갬, 비온 후 맑음. 북한산은 좋은 산 정도가 아니라 '팩트'가 분명한 산이다 ⓒ20110630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양기용 |
자유가 거져 얻어지는 것이 아니듯, 좋은 것도 거져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산을 다니지 않았지만 종합한 한국의 명산을 들라면 난 주저없이 '북한산'이라고 말하겠다. 북한산 중에서도 있는 그대로 가장 매력적이며 기후여건에 따라서는 변화무쌍하게 수 많은 볼거리를 준 곳이 '숨은벽'이라고 말하겠다. 이는 쳐다만 본 - 갈 수 없는 원거리 풍경이 좋아서가 아니라, 멀리서 봐도 좋고 그 속에 들어가 함께 호흡할 수 있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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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마로 물이 분 사기막계곡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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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름구간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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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산 북편의 삼총사 - 인수봉(좌),숨은벽,백운대 ⓒ서울포스트 |
북한산만큼 팩트가 뚜렷한 산은 거의 없다.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를 말이 달려오르는 모양을 한 숨은벽. '혼돈'을 연상케하는 백운대 북벽,인수봉과 골짜기서부터 쭉 솟아 힘찬 말의 엉덩이같이 '질서'있는 절벽바위의 조화는 가히 천하 일품이다. 거기에서 좀 더 오르면 고개를 세운 말의 목덜미가 인수봉과 백운대를 가르고 있다.
옆을 보면 파랑새가 앉아 있는 듯한 파랑새봉, 일명 장군봉이라는 거대한 암벽이 백운대 북벽을 힘차게 밀고 있다. 그 너머로는 염초봉(원래는 '영취봉'이나 산객들에 잘못 구전?)이 원효봉을 타고올라 불끈 솟아있다.
영봉을 비롯해 멀리 도봉산의 오봉부터 산정상부가 보기 좋으며, 수락산 계양산 뿐만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인천앞바다까지 보인다. 산은 정상에서 어딘가를 내려보는 것도 즐겁지만 산 자체를 앞에 두고 감상하는 것도 매우 흥겨운 일이다.
그 뿐인가. 숨은벽 양 옆으로는 깊은 계곡이 있다. 오늘같은 날-폭우기는 밤골,사기막골의 입산을 통제할만큼 계곡의 물이 넘친다. 밤골계곡이 깊은 협곡이라면 사기막계곡은 숨은벽과 상장능선으로 에워 싸인 너른 분지형으로 북한산에서 이만큼 넓고 평탄한 숲지대는 없다. 여길 내려다보면 가을이 벌써 기다려진다.
오늘 산행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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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은벽과 백운대 북벽이 대협곡을 이룬 밤골계곡. 숨은벽과 파랑새봉(장군봉)이 운무를 받히고 있는 것 같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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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산을 몇 차례 갈려는 계획이 있었고 지난 설연휴에 찾은 숨은벽이 좋아 아무때나 또 오를 생각이있는데, 우리 신문에 실린 나종화 기자님의 숨은벽 운해 사진이 너무 멋져 오늘같은 우기에 발동이 걸렸다. 잘하면 그런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겠구나, 싶어 오전에 비가 내리고 갤 것 같은 오후를 택했다. 대신 우산,우의와 산속에서 비를 맞을 각오로 비닐봉지를 잔뜩 준비했다.
545봉으로 바로 오를려고 사기막골을 택했는데 초입부터 꼬였다. 둘레길은 공사중이고 조금 걸으니 군부대가 나와 오른쪽으로 급선회한 곳은 철조망이 쳐져 길이 없었다.
결국 능선 아랫부분 동쪽을 타고 말았다. 사람 한 명 구경할 수 없는 산을 혼자 오르며 내가 단단히 미쳤다는 생각도 했지만 혹시 펼쳐질 장관에 바빠졌다. 바위틈에서 새 난 물도 마시고 깔딱고개를 오르니 마침내 인수봉,숨은벽,백운대 트리오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래서는 운무(雲霧)가 껴 있더니 잠시 걷혔다가 순식간에 구름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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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망바위에 상을 차리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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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위틈 피신처 ⓒ서울포스트 |
전망대에서 김밥을 차리는데 비가 쏟아졌다. 몇 개 집어먹고 퇴각하여, 오를 때 봐 둔 바위틈으로 피신했다. 여기서 올라오는 중년 한 쌍의 산객을 만나 같이 들어갔다. 소나기를 피해 그분들이 내어준 막걸리도 한 잔, 내 김밥도 나눠 먹고 다시 올랐다.
무심한 구름은 아까 그대로다. 대슬랩을 마주하고 잠시 머물다가 그들은 장군봉을 거쳐 염초능선을 탄다기에 작별, 다시 전망대로 내려온 시각이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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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객이 찍어준 포즈 하나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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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45봉과 중간 상장능선, 멀리 도봉산지역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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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랑새가 앉아있는 모양의 파랑새봉(장군봉)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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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부 구름은 걷히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숨은벽 서벽은 이내 금빛 찬란한 색조를 띠어 선록색 백운대 북벽과 조화를 이룬다. 아래서부터 작은 구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혹시 모를 운무를 한 시간 기다리다 결국 헛탕치고 하산을 서둘렀다.
능선을 타면서 금새 어두워졌다. 어느정도 내려왔다싶어 내리막길을 택했는데, 아뿔사! 다시 능선으로 오르기는 너무 늦었다. 계곡물은 길을 끊어 어디로 가야될지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스틱으로 지탱하고 첨벙첨벙 빠졌다. 우르릉 쾅쾅거리는 물소리의 공포. 번뜩이는 반딧불이도 나를 놀래켰다. 걷다가 다시 커지는 물소리를 걱정하며 심산 수묵화를 그리는 심정. 연암 박지원이 요하(遼河)를 귀 막고 아홉 번 건넜다는 열하일기(熱河日記)처럼, 그렇게 다섯 번, 나는 一夜五渡川記를 썼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밤골 들머리에 도착한 시간이 9시 10분 전. 졸지의 야간산행. 휴~~!! 가로등 아래서 담배 한 대 물고 꼴을 보니 말이 아니다. 정말 혼쭐난 산행이었다. (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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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겨울 ⓒ20110204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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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겨울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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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겨울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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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전한 외계인바위(해골바위)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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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겨울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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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골계곡. 폭포를 이룬 곳도 있다. ⓒ서울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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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고산에서 바라 본 북한산 북편(우측 끝은 문수봉이 맞으나 북한산 남단의 상징으로 보현봉이라 표기함). 사기막계곡을 효자계곡이라고 하나, 효자계곡을 사기막계곡과 별개로 표시한 지도도 있음. 자료사진을 쓰며 더 좋은 풍광을 올릴 생각. 이번은 '출발3' 루트를 따랐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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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발3' 루트 ⓒ서울포스트 |
▣ 본지 발행인
(양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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