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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 우중산행 - 원각사,사패산,망월사

나종화 객원기자 | 2011/07/23 23:17

[도봉산] 우중산행 - 원각사,사패산,망월사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원각 제1폭포 ⓒ20110716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2011년 7월 16일 토요일

한 동안 멀어진 산도 그리웠고 초봄이후 적조했던 에이스님과 운해님도 보고 싶었다.
장마 막바지라서 유난히 맹렬한 기세로 퍼붓는 장대비를 뚫고 사패산 원각사 계곡에 들어섰다.

▲ 원각사 계곡의 비경 ⓒ서울포스트

우중산행의 매력

산행중 가장 힘든 일이 산으로 향하는 차에 올라타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경지에서는 벗어 났다고 자부하지만 출발전부터 비가 내리면 갈까 말까 망설여지니 아직 온전한 산꾼은 못되었나 보다.

하지만 비가 아무리 많이 내리는 날이라도 어떻게든 산에 들어서면 전혀 후회스럽지 않은 것은 우중산행 특유의 매력 때문이다.

평상시엔 쫄쫄거리며 겨우 명색만 유지하던 계곡이 금강산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풍성한 계류와 무수한 폭포수가 쏟아지는 천하의 절경이 되고 흰 구름과 산봉우리가 희롱하는 모습도 우중산행때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행복과 불행이라는 것도 운이 좋고 나쁨 보다는 그것을 받아드리는 마음가짐에 따라 좌우되는 것 같다.

비내리는 산길을 오르면서 생각했다.
지금 걷고 있는 인생길에 억수같은 폭우가 내릴지라도 그 가상자리를 흐르는 희망을 볼 수 있다면 고난도 인생의 희락으로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 평상시엔 어린아이 오줌 줄기처럼 찔끔거리다가 제철을 맞아 우람하게 쏟아지는 원각제2폭포 ⓒ서울포스트

원각사 계곡

북한산 국립공원 둘레길 중 도봉산 구간이 최근에 개통되었다.
원각사 계곡길은 안골에서 원각사 입구까지 3.3km를 산너머길이라 부르는데 이웃 하고 있는 유명한 송추계곡에 비해 소박하지만 때묻지 않은 비경을 보여는 곳이다.

계곡을 울리는 물 소리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원각사에 이르렀으나 절구경 할 겨를 없이 내쳐 오른것은 한 시라도 빨리 이 계곡 최고의 절경이라는 원각폭포를 만나고 싶은 조급한 마음 때문이었다.

원각 폭포는 아랫쪽 1 폭포와 윗쪽 2 폭포로 구성 되었는데 장마로 풍부해진 수량때문에 제법 심산의 폭포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재 넘어 송추폭포만큼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자태였다.
폭포아래 한나절 머물면서 풍류를 즐기고 싶은 마음에 앞서 자운봉의 운해가 어른거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 사패산에 가까워짐에 따라 점점 짙어지는 안개 ⓒ서울포스트

사패산에서

판초우의를 걸치고 걷다보니 비닐하우스속에 있는것 처럼 후덥지근했다.
답답하여 우의를 벗어버렸더니 산 기운이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드는 듯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했다.

사패산 정상에 이르렀을때 빗발은 더욱 굵어졌지만 사패산 정상 너럭바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수백개의 타악기가 동시에 울리는 것 같아서 사뭇 장엄한 느낌이 들었다.

사패산에서 시작하여 포대능선과 신선대를 거쳐 에덴 동산으로 향할 생각으로 서둘렀으나 거듭 걸음을 멈추게 한것은 훤하게 열리고 있는 북서편 하늘이었다.

이번엔 사진을 담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신 구름의 섬세한 움직임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가끔은 이렇게 카메라를 두고 다닐 필요도 있겠다.

여기에 포스팅한 사진은 에이스님의 작품들을 빌려온 것이다.

▲ 파도처럼 넘실 거리는 운무, 산을 넘고 또 넘는다. ⓒ서울포스트

▲ 수락산과 지나온 회룡능선 ⓒ서울포스트

▲ 사패산 돌아보기 ⓒ서울포스트

▲ 다시 비가 내리고 천둥 번개가 친다. 우리가 가야할 포대능선 위에서 ⓒ서울포스트

▲ 빗속에서 더욱 고혹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선방 망월사 영산전 ⓒ서울포스트

우중 망월사에 간 까닭은

사패능선에 있는 전망 좋은 너럭 바위에 앉아 산과 운무가 어울어지는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감상하면서 먹는 산상오찬은 정말 천상의 맛이었다.

마침내 하늘이 열리고 푸른빛까지 비치는 가 싶더니 고운 햇살이 내려와 횡재한 기분이 들었는데 어느새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먹장구름이 몰려와 굵은 빗방울을 쏟는 바람에 여유롭던 오찬은 엉망이 되었다.

행장을 수습하여 포대능선을 향해 산불감시초소 봉우리를 막 넘어가는 순간 천둥번개가 길을 가로막았다. 여기서 멈추라는 하늘의 계시로 받아드리고 망월사로 내려왔다. 대웅전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낙수물을 바라보면서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 망월사 아래 장마비가 급조한 무명폭포앞에서 운해님과 ⓒ서울포스트

망월사 계곡에 울려퍼진 심포니

망월사에서 내려오는데 물과 바람 그리고 나무로 구성된 자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저음의 장중한 심포니가 비 내리는 산중에 울려퍼졌다. 우중산행의 또 다른 맛은 눈 대신 귀로 산을 만나는 것이다.
바닷가의 해조음에 영적 평화로 이끄는 힘이 있는 것 처럼 빗소리와 계곡물 흐르는 소리에도 그런 마력이 있다.

눈을 감고 들어보라.
무수한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마치 파도치는 소리처럼 들린다.

산등성이에서는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는 소리처럼 들리고
산 골짜기에서는
모래사장을 철석거리는 것 같은
단조로운 소리로 들린다.

골짜기를 내려갈수록
멀찌감치에서 들리던 계류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다가
마침내 온 산을 가득 채운다.

어수선한것 같지만
찬찬히 귀기울이면
각기 다른 악기처럼 골짜기마다
다른 소리를 내면서 하모니를 이루다가
마침내 하나의 소리가 되는데
그곳이 계곡의 합수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산중에 울려퍼지는
자연의 심포니에 몰입하다보면
어느덧 내가 산이 된 것인지
산이 내가 된 것인지 모를 지경에 이른다.

ⓒ서울포스트

본능이 미지의 세계로 나를 이끌기 때문에
저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처럼
이 빗속에서도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여러개의 폭포를 거슬러 올라온
물고기의 뜀박질은 기적 그 자체다.

희망으로 향하는 의지가 만든 기적!

그것은 멀리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속에 매순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망월사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를 보면서 깨닫는다.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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