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한국 3대 계곡 '지리산 칠선계곡'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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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3대 계곡 '지리산 칠선계곡' ⓒ20110805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지리산 칠선 계곡
천왕봉에서 밤을 지새운 그윽한 달빛과 맑은 별빛이 아침햇살에 어우러져 지리산 정기되어 흐른다.
신성한 물줄기로 흐른다.
원시림에 깃든 정령들인가.
푸른 이끼옷을 입은 바위 무리 그 발치를 차겁게 적시며
흰 물줄기로 쏟아지는 우렁찬 폭포수 그 아래 소용돌이 치는 검푸른 소(沼) 깊은 곳에
나이묵은 이무기 한마리 살고 있는지 물보라에 섞힌 서늘한 바람결에 옛 이야기 들려온다.
삼복 더위 게 섰거라.
삿된 생각도 멈췄거라.
하늘 여자 일곱이 목욕을 하고 있어도 선녀옷 훔쳐 들고
달아나는 반달곰 꽁무니를 보았어도 선녀옷 뿔에 걸고
선녀탕 어슬렁 거리는 점박이 사슴을 만나도 놀라지 마라.
여긴 딴 세상이다.
지리산 칠선 계곡.
( 2011. 8. 5. 칠선계곡 선녀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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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성지순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 종주 정도는 해 봤어야 비로소 산꾼이라 할 수 있을텐데 아직 그러지 못했으니 온전한 산꾼은 아닌거다.
그저 인연따라 발길 닿는데로 지리산 언저리를 헤매면서 탁한 마음을 씻어내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지만 스무 살 이후 일년에 한두 번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으니 이쯤이면 지리산 마니아로 자처해도 되지 않을까.
멀리 있어도 지리산을 이렇게 찾는 것은 마음을 정화되는 것을 확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쪽으로 출장올 기회라도 생기면 으레 쌍계사와 불일폭포를 들렀고 화엄사와 지리산 횡단도로와 연해있는 노고단도 단골로 찾았다. 피아골이나 뱀사골, 청학동 계곡등 어지간한 곳은 한 번쯤 둘러보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지리산 동북 지역인 함양과 산청일원은 늘 동경하면서도 좀처럼 발길이 닿지 않았다.
이번에 비로소 지리산이 그곳으로의 걸음을 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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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비경! 칠선 계곡
칠선계곡은 천왕봉에서 지리산 북쪽 골짜기를 따라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로 흘러내리는 길고 깊은 계곡이다.
1999년부터 천왕봉까지 이르는 일부 등산로가 자연휴식년제로 지정되어 폐쇄 되었다가 2008년부터 5~6월, 9월~10월 에 한하여 제한된 시기에 미리 예약된 인원(40명)에 대해서만 국립공원 관리 공단 가이드와 동반한 산행만 허용하기 때문에 아직도 지리산 원시의 비경이 고스란히 살아있고 수많은 폭포수와 소(沼)로 이루어진 설악산의 천불동 계곡. 한라산의 한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 대 계곡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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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지리산 기행 첫날 함양 지리산에 들다
어느때보다 휴식이 간절했던 것은 그동안 몸과 마음이 많이 쇠잔해졌기 때문이다.
문득 함양에 있는 칠선계곡이 떠올렸다.
미답지였지만 진즉부터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였다.
막역한 친구 내외를 동반한 것은 우리 내외만 누리기엔 칠선계곡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네비게이션에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를 입력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다.
무작정 칠선계곡을 찾은 것은 선입견 없이 다가오는 그대로를 보고 싶어서였다.
막상 추성리에 도착해보니 그곳은 그동안 보아왔던 지리산의 여느 계곡 마을과 별반 다르지 않아 우리나라 3 대 계곡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싶었지만 천불동 하류인 설악동 마을 앞 냇가도 볼품없기는 마찬가지고 계곡의 진 면목은 산으로 들어가 봐야 알수 있으므로 실망감을 느끼기엔 일렀다.
추성리 이장댁 용소가든
지리산에 좀더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일부러 추성리에서 가장 높은곳에 있는 식당(용소가든)을 찾아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닭 백숙이 얼마나 맛있던지...
물론 시장이 반찬이라는 법칙도 약간은 작용했을 것이다.
하여간 백숙맛에 반해서 아예 그곳에 숙소까지 정했다.
지리산 자락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은 민박을 겸한다.
요즘은 민박집이라도 독립된 주방과 욕실을 갖추고 있어 펜션 이나 리조트에 비해서 크게 모자라지 않다.
토박이 주인에게 생생한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민박집만이 갖고 있는 최고의 장점이다.
민박집은 굳이 예약을 하지 않더라도 현지에 도착해서도 구할 수 있다.
4인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면 성수기 기준으로 10만원 내외에 하룻밤 묵어가기엔 괜찮은 숙소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묵은 용소가든의 주인장은 칠선계곡 깊숙히 있는 산중의 두지 마을에서 태어난 토박이에다 추성마을 이장님이라서 칠선계곡과 이 고장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지리산을 뒤집어서 털면 자칭 도사라는 기인들이 한 2000명 정도는 쏟아져 나올꺼라는 얘기에 박장 대소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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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선 계곡 맛보기
도착했을때부터 계곡을 울리는 우렁찬 물소리가 한증막 같은 도시를 막 탈출한 우리를 유혹했다.
여장을 풀자마자 곧장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계곡으로 달려갔다.
널따란 소(沼)가 있고 앉아서 쉴만한 커다란 바위들이 많아 피서를 하기엔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지만 소의 경우 수심이 깊어 아이들을 동반할 땐 주의를 기울여야 할것 같다.
여름 휴가 절정기인데 백만불짜리의 피서지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별로 없어 무심코 흘러가는 시원한 물줄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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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한마리 살고 있을 것 같은 용소
칠선계곡 하류 최고의 명소로 일컬어지는 용소를 찾아 그곳으로부터 약 500미터 가량 더 상류로 올라갔다.
대낮인데도 음산함이 느껴지는 깊은 협곡끝에 골짜기를 울리는 물소리를 따라가 보니 과연 그곳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푸른 용소가 있었다.
우리나라 어지간한 산엔 한두개쯤 용소가 있지만 어느곳 보다 섬찟함이 느껴져 이무기 한 마리쯤 살고 있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용못이었다.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 가파른 바위길을 따라 폭포수 위쪽으로 올라가 보니 그곳엔 또 다른 선경이 펼쳐져 있었다.
널찍널찍한 너럭바위위에서 하얀 비단폭이 바람에 펄럭이는듯 계곡수가 굽이굽이 흐르고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어 팔뚝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혼자왔다면 하루 종일 이곳에 머물며 신선노름을 해보고 싶었다.
아래쪽에서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일행들 때문에 아쉬움을 남긴 채 거기서 내려와 널찍한 반석을 찾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한참을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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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재 전망대에서 바라본 지리산
추성리와 칠선계곡 일대에는 망국의 설움을 안고 지리산으로 피신한 가야왕의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궁궐터와 군량미 창고(두지터)의 흔적들이 이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남아있어 그것이 신화가 아니라 역사였음을 말해준다.
함양 추성리를 지나는 지리산 둘레길과는 별도로 그런 역사의 흔적과 지리산의 생태를 만날 수 있는 이 마을만의 둘레길이 있어 지리산 깊은 산간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1박2일쯤 머물면 딱 좋은 곳이다.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마천면 소재지로 가는 길에 인근에 오도재 전망대를 찾았다.
그동안 이웃들의 블로그에서 보아온 아흔아홉구비 오도재 길이 일품이지만 눈앞에 펼쳐진 구름모자를쓴 지리산의 연봉들이 혼 을 쏙 빼놓는 바람에 그 대단한 구경꺼리까지 깜빡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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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맑은 물 모여 임천으로 흐르네
마천면 소재지에 있는 하나로마트에서 장보기를 마친 후 임천변을 산책했다.
임천은 지리산 북편에 있는 뱀사골, 백무동, 칠선 계곡등이 한데 모여 산청에 있는 경허강으로 흐르고 마침내 진주 남강과 만나는 맑은 시냇물이다.
너른 반석위를 재잘 거리며 흐르는 맑은 냇물과 함께 걷다보니 세사에 찌든 때가 벗겨지고 몸과 마음은 점점 산을 지리산을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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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내가 가슴을 젓시며 흐르는 지리산의 밤
저녁식사를 마치고 민박집 뒤편 언덕에 올라 참으로 오랜만에 별 바래기를 했다.
시리우스. 카시오피아... 한때는 별과 별자리를 50여개쯤은 구별할 수 있었는데 겨우 북두칠성. 북극성 정도를 알아볼 수 있겠다.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다가 밤이 이윽해질 무렵 다시 밖으로 나와 별을 본다.
아까보다 하늘이 훨씬 맑아져 별빛이 더욱 선명해졌다.
어린시절에 보았던 하늘처럼 별이 우수수 쏟아져 내릴것 같았다.
문득 울컥해졌다.
가슴깊은곳에 웅크리고 있던 순수함이 내뱉는 설움같은 것일 게다.
간만에 미리내(은하수)가 가슴을 적신다.
고개 아픈줄도 모르면서 꽤 오랫동안 별을 보았다.
일행 중 한 분이 간밤에 가위눌림을 경험했다. 지리산에 켜켜히 쌓여있는 어떤 한스러움이 마음 고운 그분에게 하소연을 하고 싶었나보다.
본격적인 칠선계곡 트래킹으로 지리산 기행 둘째 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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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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