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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가을 콘서트 - 스마트폰 떼어놓기

나종화 객원기자 | 2011/12/07 18:05

[포토에세이] 가을 콘서트 - 스마트폰 떼어놓기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이런 화려함도 찰칵 누르기만 하면 쏙 들어옵니다. 스마트폰속으로... ⓒ20111128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링컨님'님 블로그엔 벌써 지리산 상고대가 올라오고 이미 소설이 지나 영하 4 도를 오르내리는데 쯧쯧 아직도 가을 타령이라니... 그래도 이거 끝내기 전까지는 전 이 가을을 보내지 않겠습니다.

FTA 강행처리로 정국이 발칵 뒤집어지고 시민들은 서울 광장에 모여 촛불을 켜고 경찰은 물대포를 쏘고 FTA 포스팅했다가 난생 처음으로 악플이라는 것도 맛보고 이모저모로 기분 꿀꿀하지만 제 스마트폰에 담겨있는 유난히 맑았던 올 가을 풍경을 꺼내보니 그래도 마음이 좀 환해지는 것 같습니다.

▲ 포토스케이프로 약간 만지긴 했는데 그 콩알만한 렌즈로 들어온 빛이 만든 다양한 콘트라스트 놀랍네요.

코엑스에서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한산한 편이었습니다만 그래도 사나흘간 전시회 부스를 지키는 일은 제겐 정말 고역입니다. 그래서 가끔씩 밖으로 나와 코엑스 주변을 산책했는데 마침 그곳에서 국화 축제를 열린 덕분에 그리 지겹진 않았습니다.
오며 가며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것도 재미있었구요.

ⓒ서울포스트
▲ 네 이놈 소리 들어가며 따먹는 단감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습니다. 전직 감도둑 ㅎㅎ

원래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핸드폰이 바뀌면 기능을 익히기 위해 밤을 꼬박 샌 적이 있을 정도였어요. 요즘은 만사가 귀찮아져 그냥 씁니다. 그래서 전화거는 일 말고는 핸드폰 기능을 거의 활용하지 않네요.
다들 스마트폰으로 바꾸는데도 아직 제폰의 약정기간이 남은 탓도 있었지만 그리 땡기지는 않더라구요.
그런데 5월경 거래처분이 찾아와 아이패드를 회의탁자에 척 올려놓더니 그걸로 온갖 마술을 다 보여주더라구요.
뭐 그런거 나와서 줄 서고 난리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직접 보니 아휴 생각이 확 바뀌더군요.
그래서 바로 장만한 것이 아이패드2 그렇게 스마트족 대열에 일단 합류했습니다.

▲ 여러번 경고했는데도 딸아이는 제게 귀엽다는 말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ㅎㅎ 그런데 저 할머니는 진짜 귀엽지 않나요? ㅎㅎ

공교롭게 핸드폰을 한대 더 장만해야할 일이 생겼어요.
그래서 암 생각없이 스마트폰을 만나게 되었죠.
아 요놈 신통방통하데요.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으니 말이죠.
업무용 노트북 아이패드 집에 있는 데스크탑 컴퓨터 이젠 컴퓨터를 끼고 산다해도 틀린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이패드까지는 몸에서 좀 떨어져 있는데 요놈은 늘 손바닥에서 놀고 있으니 몸의 일부분이나 다름 없게 되어버렸죠.
지하철에서도 보면 앞줄에 앉아있는 사람 중 반은 그걸로 뭔가를 하고 있어요.
길가면서 요놈과 노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썩 좋아 보이는 풍경은 아닌데 저도 그 풍경속 주인공이 되어버렸네요.

▲ 로마다녀왔다고 해도 믿어주겠어요. 강남의 어느 결혼식장
▲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회사 인근 우장산을 산책한답니다. 팽나무 군락지도 있어요.

스마트폰을 끼고 살면서 생긴 두드러진 버릇이 인증샷입니다.
출장중에 필요한 서류나 상품을 향해서도 찰칵 공사 현장 체크하면서도 찰칵 술먹다가 퍼진 친구를 향해서도 찰칵 물론 지금 애물단지로 전락하여 가방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핸드폰도 스마트폰 전단계라서 나름 기능이 막강했는데 사진쪽에선 비교가 않되더라구요.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 있던 음악중 반쯤은 스마트폰으로 옮겨와 " 나는 가수다 "역할을 해주죠.

그 뿐입니까.
이웃님들이 블로그에 덧글달 때 카톡할 때 트윗올릴때 어김없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알려주고 네비를 먹통을 만들어 놓는 새로 뚫린 길도 어김없이 찾아내고 실시간 교통상황까지... 이정도라면 누군들 이놈한테 반하지 않겠어요?

아내와 함께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타고 서로 맞은 편에 앉았는데 저는 딱히 할일이 없어 음악을 들으면서 뉴스를 검색했거든요.
그런데 아내가 심하게 잔소리를 하네요.
나이 값 못하고 왜 그 쬐끄만것에 혼을 빼놓고 있냐구요.
제 흉내를 내면서 정말로 한심해 보인다네요.
( 참고로 집사람은 100% 컴맹, 끄고 킬줄은 알아요. 스위치 콕 ... ㅎㅎ)

생각해보니 문제가 없진 않네요.
역을 두 세개씩 지나쳐 약속시간 못지킨 일도 있었고 서류봉투나 우산 놓고 내린적도 있으니까요.

▲ 친구가 불행하게도 거처를 담안으로 옮기는 바람에 찾아간 서울구치소 단풍은 저리도 곱더이다.
▲ 출근길 현관문을 나서는데 낙엽이 우수수~~ 마음 싸하대요. 이 가을의 인증샷 입니다.
▲ 곡식에 잡곡이 섞히듯 스마트폰에 섞힌 니콘 그런데 얘는 여기 아니면 갈데가 없어서...

어느날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께서 느닷없이 '고개 아프지 않아요' 이렇게 물으시데요.
아내의 지청구를 떠올리며 대답대신 겸연쩍은 미소를 지어드렸죠.
그리고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고 가만히 앉아있는데 그렇게 허전할 수 가 없더라구요.
어느새 스마트폰 중독자가 되어버린겁니다.

▲ 가을아 이렇게 왔다 가버리면 나는 어쩌라고...

제가 아는 사업가는 핸드폰이 없습니다.
전산화가 불가피한 경리회계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내부 서류를 손으로 작성하는 것이 원칙일만큼 이를테면 시대에 한참 뒤쳐진 아날로그식 경영을 하는데 여러가지로 힘든 이 시기에도 그 회사는 그럭저럭 잘 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거래하는 회사들이 그런점을 오히려 더 높게 산다네요.
저도 신용만큼은 최고의 회사로 꼽습니다.
일을 기계에 맡기지 않고 직접 처리하여 매사에 정성이 스며있어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우리의 생활속으로 깊숙히 파고든 스마트폰이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수단임에는 틀림없지만 사색과 독서와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잡아먹는 나쁜 버릇도 갖고 있는 것 만큼은 확실합니다.
그래서 전 한 열흘 전부터 스마트폰을 저만큼 떼어놓고 산답니다.

고작 손바닥에서 가방속까지 아주 짧은 거리지만 그래도 좀 변화가 있습니다.
책이 잡히고 함께 대화하는 사람의 눈이 보이고 늦가을 아침 공기처럼 맑고 신선한 생각이 머리속을 채우네요.

예전 이동통신 광고가 생각나는데 한석규씨가 노승과 대숲사이로난 오솔길을 산책하는 장면에서 핸드폰이 울리죠.
그때 이런 카피가 등장합니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굳이 끌 필요까지는 없고.
조금만 떼어놓아도 내게 찾아오는 새로운 세상을 놓치지 않게 됩니다.

내일 아침 출근 하실 땐 스마트폰은 가방속에 넣어두시고 책을 한번 들어보시는건 어떨까요.
그리하여 당신의 마음밭이 풍성해 지기를...

▲ 스마트폰에 많이 담기는 풍경이죠. ㅎㅎ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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