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제일경 시단봉에서 만난 겨울풍경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 ▲ 북한산 제일경 시단봉에서 만난 겨울풍경 ⓒ20111205 세상을 향한 넓은 창 -서울포스트 나종화 |
2 주 연속 북한산을 만났더니 휴~이젠 좀 살 것 같다.
이번엔 에이스님 그리고 안주인님들과 함께 국민대에서 출발하여 대성문을 거쳐 산성 주능선을 따라가다가 용암문으로 빠져 도선사로 내려오는 놀멍놀멍 어느때보다 느긋한 산행이었다.
 |
| ⓒ서울포스트 |
국민대에서 대성문까지 이어지는 산길을 부모 손을 잡은 다섯살백이 꼬마도 걷고 팔십객 할머니도 걷는다.
진달래능선과 더불어 북한산에서 가장 편한 길이다.
초 겨울로 접어들어서 그런지 길은 여느때보다 여유롭고 한갓지다.
그렇게 걷다가 문득 만나는 이 길의 절세가인은 단연 보현봉이다.
색(色)을 벗어던지고 해탈한 보살의 모습을 하고 있는 보현봉답게 옅은 안개 한자락 휘감고 산자락엔 고은선생이 머물렀다는 일선사가 다소곳히 자리잡았다.
이 풍경을 뚝 떼어서 방 한켠에 걸어 둘까.
평소 삼십분 남짓이면 충분한 거리를 한 시간이나 걸렸다.
마음이 걸음을 채근하지 않은 탓이다.
그 느림속에 풍성한 대화가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산과 사람.
봉우리와 봉우리의 도란거림...
소통이라는게 뭐 별거겠냐.
느리게 걷다보면 거기에 답이 있다.
그리고 대성문까지 40분을 더 걸었다.
임금이 대성문을 거쳐 행궁을 찾은 사실(史實)은 있으나 이동수단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보토현에서 여기까지 와 보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사극에서 등장하는 덩치큰 연(왕이타는 가마 )을 타고 오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엄청난 울력을 감행해서 골짜기마다 가교를 설치했다면 모를까...)
많은 궁녀들 거느르시랴 부실한 체력 때문에 키작은 조랑말을 타고 왔을꺼라는 에이스님의 일리있는 분석!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만큼 힘이 좋으시니 백성들 개 고생 시키지 않고 이 정도는 걸어 오지 않으셨을까.
우리는 대성문 주변의 쉼터에서 왕 같은 기분을 만끽하면서 과메기 안주에 마고주를 곁들여서 성대한 오찬을 즐겼다.
보현봉과 상원능선이 뒤춤을 잡는 바람에 이 길을 걷다보면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된다.
저 산객도 우릴 보고 있을까.
나뭇가지 사이로 원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맨날 보는 풍경인데도 왜 이리 가슴이 뛸까.
죄다 보여주는 것 보다 살짝 가리고 있을때 더 에로틱하게 느껴지는 것은 산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겨울 북한산엔 다 떨구고 맨몸이 된 대신 어떤 울림이 산다.
저 백운대를 휘돌아온 바람결에 그 소리가 묻어있는 듯...
심장을 울릴 땐 북소리 같기도 하고 폐부를 후빌 땐 피리소리 같기도 하고...
그 울림에 취해 도봉산도 저렇게 바짝 다가 앉았나 보다.
북한산 암봉들과 산정 주능선이 협연하는 북한산 환타지를 들을 수 있는 북한산 최고의 로얄석은 저 칼바위 정상이다.
입장료가 제법 비싸다. 땀 한바가지...
백두산에서 발원하여 영봉-인수봉- 백운대- 만경대-산성 주능선 - 보현봉 - 형제봉으로 이어져 내려온 기맥(氣脈)에 의지하여 저 서울이라는 저자거리가 연명하고 살아간다.
생명력으로 충만한 이 산성주능선을 걷다보면 자잘한 일로 일희일비하는 저 아래 동네의 번뇌망상은 어느새 사라지고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호연지기(浩然之氣)가 일어난다.
내려가면 또 먼지속을 뒹굴꺼고 작고 작아질 깝세 여기만 오면 꼭 그리된다.
드디어 인수봉!!
에이스님 설명을 들으니 저 아래 봉우리가 아니라 여기 동장대가 시단봉일 가능성이 많다.
그래도 거길 시단봉이 아니면 뭐라 불러주랴.
여긴 동장대 거긴 시단봉으로 정리...
보현봉의 바늘귀 대남문
낙타 한마리쯤 충분히 드나들 수 있다는....
시단봉에 올라서 바라보는 북한산 주봉군이 가장 아름답다.
그래서 산객들은 이곳을 북한산 최고의 조망터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내친 김에 북한산 최고 조망터 10개를 추려볼까?
1. 시단봉에서 조망하는 북한산 주봉의 앙상불
2. 545봉에서 조망하는 백운대 숨은벽능선 인수능선 3 총사의 위용
3. 원효봉에서 조망하는 염초봉에서 백운대 만경대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성채
4. 노적봉에서 조망하는 백운대와 만경대의 포스
5. 영봉에서 조망하는 인수봉의 신령스러움
6. 칼바위 정상에서 조망하는 주봉군과 산성주능선이 펼치는 환타지
7. 증취봉 전망대에서 조망하는 기품 넘치는 북한산 주봉
8. 응봉능선 정상에서 바라보는 의상능선과 북한산 주봉들의 숨바꼭질
9. 문수봉 정상에 펼쳐지는 북한산의 대 로망
10. 백운대 정상에서 조망하는 모든 것들의 어울림
단순미의 극치다!
고려청자마냥 책상 한켠에 떡 올려놓고 싶다.
유약 대신 묻어있는 석양빛이 너무곱다.
천공의 성
저기는 페이스(거벽)가 아니라 슬랩이다. 노적 대슬랩!!!
내년 첫 리지 코스는 만경대다.
진작에 저길 찾아 갔어야 했다.
늘 환하게 미소짓던 그 산 친구에게 막걸리 한 잔은 드렸어야 했다.
햐~~ 너 정말 그림이다. 도봉산 짱!
다시 한번 더 올린다. 컴터 쓰레기통에 집어 넣기엔 너무나 아까운 천공의 성!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말그라.
꼼수표 케이블카 따윈 발로 차버리거라.
오늘도 안녕! 보현봉.
순진한건지 모자란건지 도선사 뒷 숲은 여태 가을같다.
하루재 넘어온 북풍은 용케 피했다 한들 문수봉 뒤켠에 희끗거리는 것이 눈 아니면 뭐더냐.
검둥개 한 마리 어슬렁거리더니 어둑해지는 절 뒤쪽으로 사라진다.
저것들이 귀여운 북한산 다람쥐를 잡아 먹는다 하니 미운 한편으로 유난히 춥다는 올 겨울을 어찌 날른지 짠한 마음도 없진 않다.
자애로운 북한산 품속에서 얼어죽을 일은 없겠지만...
이제 북한산은 겨울이다. ( fin... 바위 )
 |
| ⓒ서울포스트 |
(나종화 객원기자 )
[
NEWStory makes
History -
서울포스트.seoulpost.co.kr]
서울포스트 태그와 함께 상업목적 외에 전재·복사·배포 허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