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오서산] 서해안 뱃길의 희망봉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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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남 오서산과 서해안 뱃길 ⓒ20120208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
1. 2012년 2 월 4일
링컨님의 고대산에서의 약속. 오서산 번개!
드디어 연락이 왔다.
강쥐님.일소일소님.호박님.무대님께서 흔쾌히 달려왔다.
마침 엊그제 서해안 지역에 큰 눈이 왔던 터라 오서산 심설산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행들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용산역에서 광천행 무궁화호 열차에 오르는 순간 옛 추억이 아련하게 떠 오른다.
KTX를 제외하고는 아들놈 초등학교 2 학년때 경춘선을 타본 이후 무려 14년만의 기차 여행을 하는 셈이니 그렇다.
서울.안양.평택을 넘어서 천안까지 중부지방 전체를 덮어버릴 기세로 확장되고 있는 수도권 메트로폴리탄을 지날때는 아파트.공장.도로등 매양 똑 같은 풍경들이 계속 차창밖을 흘러간다.
천안을 지나 장항선에 들어서면서 비로소 풍경이 바뀌고 목가적인 전원 풍경과 함께하는 기차 여행의 정취가 살아난다.
2. 광천읍! 낯익다.
저 젓갈 가게에서 여러종류의 젓깔을 고른 것 같은데 언제쯤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아이들 어렷을 땐 방방곡곡 참 여행도 많이 다녔다.
그때가 지금보다 좀 더 행복했던 것 같기도 하고...
즐비하게 늘어선 젓갈가게를 제외하고는 광천읍은 여느 소읍과 다름 없이 한가하고 단조롭다.
3. 광신 초등학교 들머리에서 아차산 능선을 따라 오서산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는 광천역에서 부터 도보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대개는 상담리에서 정암사를 거쳐가즌 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데 거기까지 가기 위해선 차편이 필요하다. 상담리행 버스가 막 출발해버린 바람에 콜 택시를 불렀다. (7000원 )
요즘 들어서 부쩍 사진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
이땅의 자연과 우리네 토속적인 삶의 모습을 담고 싶다.
이를테면 오서산 들머리에서 만난 상담리 토담 같은...
사진에 입문하기 위해서 상당한 공부가 필요할 것임을 안다.
아직은 그걸 감행할 여유가 없어 미뤄두고 있지만 조만간 시작할 것이다.
정암사는 통과!
그래서 유래는 잘 모르겠다.
다만 걸음을 멈추고 잠깐 뒤돌아 본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산사의 설경이 퍽이나 인상 깊었다.
1,000미터급의 험준한 고산들과 비교해서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산들을 만만히 봤다간 큰코 다친다.
특히 정상부까지 줄곳 오름질만 계속 되는 오서산 같은 경우엔 상당한 체력소모를 요한다.
정상까지 수없이 이어지는 계단길!
종아리 꽤나 잡아 당기지만 서해안쪽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을 실컷 즐길 수 있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재미있는 코스다.
기대했던 상고대는 없었다.
그러나 고도가 높아질수록 쌓여있는 눈의 양이 점점 많아지면서 설산의 분위기가 풍긴다.
7 부 능선부터 본격적인 조망이 열린다.
저 멀리 천수만에서 부터 시작된 광활한 평원을 바라보니 가슴이 활짝 열리는 것 같다.
안면도와 홍성. 보령이 웨워싸고 있는 천수만 하단에서 또 하나의 만이 광천 내륙속으로 깊숙히 들어와 있다.
서해바다와 너른 평야와 천수만의 갯벌이 어우러진 광천은 풍요로운 고장이다.
유토피아적인 요소를 완벽하게 갖추기 위해서는 해산물이 풍부한 바다와 기름진 들녁 뿐만 아니라 부드러운 산자락을 가진 높은 산도 필수조건이다.
광천엔 오서산을 포함한 모든 것이 다 있다.
그런데 이곳이 과연 유토피아였을까.
동국여지승람같은 옛 지리서를 확인해볼 일이다.
산행 중 과음과식은 쥐약이다.(실제로 쥐가 내린적 있음 ㅎㅎ)
솔잎 넣고 삶은 광천산 돼지고기를 최소한 반근은 섭취했지 싶다.
쥐는 내리지 않았지만 몸이 둔해져 조금은 고통스러웠다.
이거 다 너무 맛있게 만든 호박님 탓이다. ㅎㅎ
9월부터 오서산 정상은 억새의 군무로 장관을 이룬다는데 저기가 바로 그 드넓은 억새평전이다.
이미 링컨님 블로그에서 환상적인 모습을 보았던 터라 설레임에 정상으로 향하는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하 ~ 다왔다.
갈색 억새이파리에 맑은 햇살이 쏟아지면서 빛의 물결이 일렁인다.
문득
가슴이 뜨겁던 청춘 어느 시절
달빛에 하늘거리던 병풍산의 억새밭을 떠올렸다.
그땐 뭐가 그리도 아펏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 조차 좋았던 시절이다.
생태를 보호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요즘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산정엔 벼르별 인공물들이 설치되고 있다.
전번 고대산에 이어 여기에도 산정에 널다란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탐방객들을 위해서 만든 편의 시설이고 생태를 보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자연상태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태까지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이 없을까.
오서산은 충남 홍성군과 청양군 그리고 보령시에 걸쳐있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 놓여진 정상석때문에 잠시 혼란에 빠진다.
이렇게 관할하는 자치단체가 겹칠때 각각의 행정구역에 해당하는 봉우리에 정상석을 따로 설치하는 경우가 있고 정상에서 지역경계가 나뉠 땐 한 정상에 두개의 정상석이 있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최고봉은 단 하나인거지.
정상석만 세운다고 거기가 정상이란 말인가.
혼란을 초래한 항의 표시로 이 포스팅에선 그 짝퉁 정상에 놓여진 그 바위덩어리를 개무시 한다.
아까도 정상 1.5 km 였는데 또다시 정상까지 1.5 km 란다.
거봐라.
기본이 잘못되면 전체가 혼란스러운 것이다.
어쨋든 짙은 갈색의 억새와 하얀 눈이 앙상불을 이룬 긴 잔등길 만큼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여기가 까마기 烏자 오서산임을 알리려는 듯 일군의 까마귀떼가 하늘로 솟구친다.
이곳 오서산 뿐만 아니라 요즘은 어딜가나 까마귀가 흔하다.
이런 추세라면 언젠가는 일본 동경처럼 까마귀가 서울도심의 비둘기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할지도 모른다.
옛날 목포나 군산등 남부지방에서 한양을 향해 출항한 세곡 운반선이나 다양한 물자를 실은 조운선과 무역선에게 있어서 가까이 항해하면 암초의 위험이 많고 먼 바다로 나가면 돌풍이 잦은 안면도 서쪽 해역은 죽음의 뱃길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서 거기에 무수한 생명과 화물이 수장되었다.
이것을 피하기 위한 대책으로 태안반도 위쪽 잘록한 부분을 잘라내어 운하를 만드려는 시도가 고려시대때부터 진행되었고 마침내 17세기에 천수만과 서해바다를 잇는 운하가 개통되었다. 덕분에 천수만과 연하고 있는 보령항과 이곳 광천항이 중부지방의 물자가 집결하는 새로운 무역항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오서산은 고군산 열도를 지나 서해의 거센 파도를 헤치면서 항해하는 배들에게 희망봉이나 다름 없는 길잡이였을 것이다. 오서산 정도의 고도면 해안에서 20km 쯤 떨어진 바다에서도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시의 뱃사공들은 수평선 너머로 아득한 형체를 드러내는 오서산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 아 ~ 살았다. "
여기는 오서산 정상!
지도상으로는 해발 791미터
핸드폰 GPS상으로는 해발 814미터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서해바다를 향해서 굽이치며 달려가는 금북정맥의 마지막!
우측 청양군과 좌측 홍성군의 광활한 구릉지대의 언덕 마다 옹기종기 마을이 들어서 있다.
그곳에 서려있는 옛 이야기들을 죄다 엮어 놓으면 세상의 모든 도서관으로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다.
그 이야기 속에서도 오서산은 빠지지 않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겠지.
잠자리에 들어가기 전 품고 있는 모든 매혹을 드러내려는 듯 석양에 비껴선 오서산의 이목구비가 점점 뚜렷해지는것을 보며 혼자말로 그랬다.
아름답구나.
일행들로 부터 한참 뒤쳐져 있어 눈 덮힌 산길을 황급히 내려가는데 뉘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문득 뒤돌아 보니 보름이 가까워지면서 더 풍만해진 달만 덩그러니 남아있어 산마루에 서서 쓸쓸히 손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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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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