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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해] 푸동에서의 하루

나종화 객원기자 | 2012/05/14 17:25

[중국 상해] 푸동에서의 하루
-SPn 서울포스트, 나종화 객원기자


▲ 양쯔강 삼각주 끝단에서 상하이를 관통하며 흐르는 황포강과 제국주의 시절에 형성된 조계지역의 서양식 건물들 ⓒ20120501 세상을 향한 넓은 창 - 서울포스트 나종화

문명의 용광로 상하이

티벳과 중국 남부 윈난성에 걸쳐있는 히말라야 설산에서 발원하여 남 중국 대륙을 적시며 무려 6000km를 달려온 양쯔강(양자강)이 황해에 몸을 풀면서 조성된 삼각주 끝단에 상하이가 있다.

불과 200년전만 해도 이 삼각주 지역은 크고 작은 호수와 수로가 거미줄 처럼 엮여져 있는 습지대로서 양쯔강이 범람하면 거대한 바다로 바뀌기 때문에 고기잡는 어부나 수로를 오가는 배들을 약탈해서 먹고 사는 흉악한 수적(水敵)들이 숨어사는 무인지경이나 다름없었다.

18세기 무렵 유럽에서 비롯된 대항해시대의 도도한 물결이 아시아를 향해 밀어 닥치면서 홍콩을 비롯한 중국 연안의 항구들이 속속 개항을 하고 내륙지역과 수로로 연결될 수 있는 무역항으로서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양쯔강 삼각지는 마치 허드슨강 하류 뉴욕처럼 불과 100년도 안되는 기간에 20세기초 인구 100만이 넘는 아시아 최대의 도시 상하이로 탈바꿈한다.

19세기말 20세기초에 상하이만큼 많은 변화를 겪은 도시는 드물 것이다.
당시 유럽을 휩쓴 근대 문명과 오천년역사의 중국 전통문명이 자연스럽게 동거하고 자본주의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와 무정부주의같은 다양한 정치적 사조도 함께 들어와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무역들상 뿐만 아니라 혁명가, 정치가, 식민지의 망명객과 예술같은 온갖 종류의 군상들이 모여든 당시 상하이는 문명의 용광로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유지해온 중국 문명과 서양의 근대 문명이 절묘하게 섞여져서 형성된 독특한 문화가 바로 상하이풍이다. 황포강변 카페에서 브라질 커피를 마시고 버번 위스키를 홀짝거리며 남미에서온 흑인들이 연주하는 재즈 음악을 듣는 것이 낯선 풍경이 아니었던 상하이는 낭만의 도시였다.

당시의 상하이는 유럽의 파리, 미국의 뉴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름지기 아시아의 중심도시였다. 몇 년전에 개봉하여 센세이션을 일으킨 영화 "색계"는 그 시절 상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모택동의 적군이 대륙을 장악하고 공산 정권이 들어서면서 자본주의에 쩔어있던 상해는 한 순간에 쇠락의 길로 접었고 이어진 문화혁명의 된 서리에 상하이풍 또한 완전히 사라졌다.
조계 시절 들어선 서양식 건물들이 옛 영화를 말해줄 뿐 상하이는 세계인의 머리속에서도 점점 사라져가는 도시였다.

그런 상하이가 다시 부활하였다. 그리고 상하이출신 장쩌민을 비롯한 경제 엘리트 관료들 상하이방은 상하이 뿐만 아니라 중국을 21세기 세계사의 주역으로 부활시켰다.
중국의 용이 아니라 세계의 용으로 욱일승천하고 있는 상하이를 다녀왔다.


1983년 방문 당시의 상하이 풍경

1983년 실습항해사 자격으로 컨테이너선에 승선하여 상하이에 들어갔다.
그때는 공산주의의 서슬퍼른 기세가 대륙을 지배하던 시절이라서 항구와 거리의 표정은 어둡고 칙칙했고 승선하여 입국 심사를 하는 관리들은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할경우 금새라도 권총을 들이댈듯 험상굿게 굴었고 부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나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은 누구나 할것 없이 고단해 보였다.

상하이는 그 시절 학교에서 배웠던 공산국가의 모습 그대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던 것 같다.
그런 모습과 함께 양쯔강에서 내려온 듯한 긴 행렬의 바지선에 섞여서 오가는 거대한 돛을 단 낡은 정크선들이 상하이를 대표하는 풍경으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동안 여러나라를 오가며 여러가지 일을 해왔지만 이상하리만큼 중국과 연관된 일은 없었고 누구든 한 번쯤은 다녀오는 중국여행인데도 별 흥미를 갖지 못했던 것은 당시 상하이에서 받은 중국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관념이 송두리채 바뀌게 된다.


푸동에서 받은 충격

30년만에 상하이를 다시 찾았다.

옛 기억도 많이 무뎌졌고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상에 대해서도 익히 알고 있던 터라서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면서 동경이나 서울보다 더 현대화된 상하이 푸동지역의 풍경을 보면서도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30년만의 방문 소감이었다.

그러나 호텔에 짐을 풀고 레져보트 전시장을 둘러보고 푸동지역 여기저기를 돌아보고 상하이 사업가와 식사를 하고 술잔을 나누면서 그동안 중국에 대해 갖고 있었던 관념이 완전히 깨졌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중국과 이번에 접한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적어도 상하이 만큼은 그동안 비약적인 양적 성장 단계에서 빠른 속도로 질적성장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푸동에서 중국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깨어지는 충격을 맞보았다.


엑스포 전시장에서 열린 레저보트 전시회 참관

이번 1박 2일의 짧은 상하이 방문 목적은 2010년 세계 엑스포가 열렸던 상하이 신 전시장에서 개최된 레져보트관련 전시회를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둘러본바로는 국제 전시 분야에서도 상하이는 독일의 하노버, 미국의 라스베가스나 시카고 그리고 일본 동경과 마찬가지로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국제 전시회 개최 장소로 자리잡고 있었다.


세계 각국 기업들의 요트와 레져보트의 각종 부품류 부스들을 먼저 살펴본다음 완제품 보트 전시구역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먼저 수륙양용버스가 눈길을 끌었다.
칭다오 등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운행중이라는데 우리나라의 관광지에 도입하면 대박이 날것 같아서 찬찬히 살펴보는데 거기에서 만난 어느 한국인 참관객 말로는 인허가에 문제가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운행이 허용되지 않된다고 했다.


SUNSEEKER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파워요트( 엔진으로 운행하는 요트 )들이 이번 전시회의 주역으로 대거 참가하여 중국 신흥 부자들의 지갑을 호시탐담 노리고 있었다.

신차 발표회장에서도 정작 신형 자동차보다 쭉쭉빵빵한 레이싱걸들이 시선을 사로잡는 것 처럼 요트전시장에서도 요트보다도 요트걸들에게 눈길이 먼저간다.

카메라를 드리대기가 민망해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그네를 향해 요트걸들은 더욱 요염한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으라는 신호를 건넨다. 그녀들이 너무 발칙하게 도발하는 바람에 카메라 핀트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ㅋㅋ

정신만 똑바로 차리고 차분하게 그녀들을 죄다 담았더라면 한 포스팅깜은 넉넉하게 건져서 이웃님들의 눈을 즐겁게 해드릴 수 있었을텐데...ㅠㅠ


이 럭셔리한 명품 파워요트들의 가격은 기본이 3~4억원이고 정말 멋지다 싶은 놈은 10억원이 훌쩍 넘는다.
가격도 가격이려니와 유지비또한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같은 서민들에겐 줘도 갖을 수 없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한켠에선 유럽인들이 명품으로 휘감은 중국인들에게 온갖 아부를 떨고 있다.
전시기간 중에 꽤 많은 계약이 이루어진다고 우리를 안내한 직원이 귀뜸했다.
이번에 전시된 요트들은 세계에서 구매력이 가장 왕성한 수백만명에 이르는 중국 백만장자들이 좋아하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특별히 피팅(요트에 각종 설비를 다는 것)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던 세일요트(돛으로 운항하는 요트 )는 이번 전시회에 거의 출품되지 않아서 상당히 실망스러웠는데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중국 백만장자들에게 있어서 고도의 운항지식이 필요한 세일 요트는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향후 5년 이내에 중국은 세계 최대의 럭셔리한 세일 요트 시장으로 부상하게 될것임은 분명해 보였다.


얼마전에 포스팅 했던 '목포의 눈물'과 똑 같은 브랜드인 BENETEAU사의 세일 요트가 외부전시장에 전시되어 있었다. '목포의 눈물'보다는 5~6피트 정도 전장이 긴 40피트에 이르고 승선 인원은 약 10명정도 승선이 가능한 최 고급 요트다.


외부전시장은 중국산 요트와 파워보트들이 외부전시장을 독차지 하고 있었는데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에 비교해서 엄청난 수준 차이가 드러난다.

레저보트 분야에서는 이태리와 프랑스. 영국.뉴질랜드가 대학생 수준이라면 일본과 미국은 고등학생 그리고 우리나라는 중학생 중국은 아직 초등학생 수준에 불과하다는데 우리나라가 아직은 열악하지만 이 분야에 좀더 많은 여력을 투입한다면 유럽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 경쟁력을 갖추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고 중국의 경제 성장이 지속될 경우 5 년 안에 세계 최대의 레저보트 시장으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예상 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년간 400억불에 이르는 이분야 최 강자의 자리에 자연스럽게 등극하게 될 것이다.


전시장을 둘러본 다음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숙소 부근에 있는 푸드코트를 둘러보았다.
중국 음식점도 있었지만 일본 스시집, 맥도널드를 비롯한 미국의 프랜차이즈들이 즐비하여 상하이 푸동지구가 세계인들이 몰려오는 국제도시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침 '한라산'이라는 한국 식당도 있어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그리로 들어갔다.
갈비 일인분에 한국돈 1,5000원 김치를 비롯한 반찬은 별도로 주문을 해야 하니 한국에 비해 저렴한 것 같지는 않았다.
다행히 일인분의 양도 많았고 김치는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한라산'은 중국내 주요도시에 체인점이 개설되어 있다고 한다.


잠시 시간을 내서 상하이의 가장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황포강변의 와이탄 지역을 둘러보았다.
푸동지구 건너편 20세기 초 전성기의 상하이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조계시절의 서양식 건축물과 푸동지구의 하늘을 향해 치솟은 마천루들이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는데 양쪽 모두 각각 하이의 구시대와 신시대의 번영을 상징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상해 여행자들에게 유명한 상해타워 동방명주를 비롯한 수많은 초고층건물들 사이로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공원 뿐만 아니라 화장실까지도 일본 동경에 온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바로 이 점을 중국이 바야흐로 양적인 성장에서 질적인 성장으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101층 고층건물인 상하이 월드 파이낸셜 빌딩에서 내려다본 상하이는 다시한번 충격을 안겨주었다.
거기서 바라본 도시의 엄청난 규모에 입이 딱 벌어졌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바로 여기에 올라 상해를 바라보며 엄청난 충격을 받고 돌아가 신의주에 상해의 모델을 적용하려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함께 방문한 지인의 중국 파트너로 부터 근사한 식사에서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다.
대만이나 홍콩에 갈때마다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기름과 향신료가 범벅이된 중국요리를 대접 받을 때였다.
비위가 워낙에 약한 탓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뒤집어진 속이 가라앉지 않아 한참동안 병원을 들낙거린 경우도 있었다.

상해에서도 그걸 걱정했는데 다행히 담백하게 조리된 해물요리가 주종이라서 전혀 거북스럽지도 않고 입에 딱 맞았다. 음식은 상해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데 크게 한 몫을 한 것 같다. 그날 어깨너머로 본 중국 식사예절인데 맞는 예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1.호스트 왼쪽에 가장 귀한 손님, 오른쪽에 그 다음으로 귀한 손님 순으로 앉는다.
2. 요리가 처음 나오면 회전판을 돌려 주빈이 먼저 시식할 수 있도록 한다.
3. 술은 각자 같은 분량으로 별도의 유리병에 따라놓고 자작하는 형식으로 마신다.
4. 건배제의는 술잔으로 탁자를 가볍에 툭툭 두번 치는 것으로 한다.
5. 건배하면 무조건 원샷이다.
6. 술과 음식 모두 약간 남길 정도의 분량만큼 주문한다.



단, 하루를 머문 경험으로 어떻게 중국을 논할 수 있으랴.
더우기 중국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 하여 현대문명의 총아를 한데 모아놓은 상하이 푸동만 보고 중국을 판단한다는 것 또한 말도 안된다.

중국 대다수의 인민들은 아직도 호텔 음식값보다 훨씬 작은 한달 소득으로 고단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고 이런 엄청난 소득격차는 중국의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임에도 틀림이 없다. 푸동에서 융숭하고 비싼 대접을 받고 난 다음 충격을 받았느니 하는 표현은 실제 중국을 아는이들을 거북스럽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을 받은 것 만은 확실하다.
개혁 개방으로 급성장하여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이 새로운 국면으로 또 다시 변화하고 있는 분명한 조짐을 느꼈기 때문이다.

중국의 신흥 세력들은 세계 어느나라 엘리트보다 더 세련되어 가고 있으며 서구와 동등한 지식으로 무장되어 있으며 국가의 시스템은 점점 완벽해지고 있고 세계 최대의 자본력을 축적하고 있다.

중국과 접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볼때 중국의 몰락도 우리에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겠지만 중국이 미국처럼 진정한 강대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것 또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그 충격파는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우리 개개인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그걸 말하는 것이다.

푸동에서 하룻밤 자고난 결론은 정신 똑바로 차리자는 것!

중국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다.
그리고 중국이라는 정체를 좀 더 확실히 알고 싶다.


(나종화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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