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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솔라 이클립스, 일식 현상을 겪고 나서 느끼는 것들

권종상 자유기고가 | 2017/08/22 19:57

[일상] 이클립스, 일식 현상을 겪고 나서 느끼는 것들
-SPn 서울포스트, 권종상 자유기고가 

 

 

내 평생 한 번 볼까말까 한 개기일식이란 것이, 그 중심지역을 벗어나면 조금 시시하게도 느껴지겠더군요. 그러나 일식 안경 Eclipse Sunglass 을 쓰고 바라본, 태양이 가려지는 모습은 신기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지호가 만든 태양의 모양을 관찰할 수 있는 프로젝터는 조악하긴 했어도 충분히 이 신기한 자연현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태양의 에너지가 얼마나 굉장한 것인지, 그리고 달 그림자에 92%가 가렸어도 8%만 남은 태양이 그렇게 밝을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비록 오리건처럼 완전히 가려져 깜깜해지진 않았어도 마치 예전 우리 아버지의 야시카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았던 세상의 색깔이 현실에서 구현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달에 가려진 태양은 지상에 그 가려진 모습의 그림자를 사방에 흩뿌려 놓았고, 손전화 카메라로 찍은 햇님의 사진 옆엔 가려진 태양의 모습이 잔상이 되어 남아 있었습니다. 이클립스 선글래스로 렌즈를 가리고 찍은 태양의 모습은 눈에 띄게 선연히 가려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을 그냥 바라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 불타고 있는 거대한 핵 융합 발전소. 그 태양이 가려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게 해준 건 기온의 갑작스런 하강이었습니다. 팔 없는 셔츠를 입고서 바깥에 서 있었던 저는 내내 서늘한 감을 느끼다가, 결국 셔츠를 하나 꺼내 입었습니다. 그러나 일식이 끝나고 나니 다시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어제부터 프리웨이는 붐비고 있었는데, 이 짧은, 한 장소에서는 그저 2-3 분 정도 가시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자연현상을 보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오리건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긴 했지만, 그래도 이정도 떨어져서 이정도의 현상을 인지할 수 있었다면 그걸로도 고마운 일이긴 합니다.

일식은 인간의 정치 행위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쳤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공주의 등장은 일식의 가운데서 이뤄집니다. 사실 전설 속에서나, 고대 사회에서 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서도 일식이 실제 정치에 끼친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고대 인류에게 해가 사라진다는 것은 엄청난 하늘의 계시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점 깨나 친다는 현대의 점쟁이들도 일식을 흉사의 계기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긴 아무런 과학적 정보가 없었을 고대인들에게 이는 얼마나 훌륭한 쿠데타의 밑거름이 되어 주었을까요. 하늘도 노해서 해를 삼키고 달을 삼켰다던데. 그리고 우리 오랜 문헌에 이런 표현이 있을 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경우도 많았지요. 무지는 공포를 낳고, 혹은 그 공포를 이용할 사람들을 낳게 마련이니. 

지금은 우리는 일식이 일어날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그것을 일종의 축제로 여깁니다. 이 일식 현상을 제대로 관찰하겠다고 오리건주로 내려간 사람들 때문에 어제 프리웨이는 종일 붐볐고 오늘은 북행선 인터스테이트 5번 고속도로가 꽉꽉 막힐 겁니다. 지난주 토요일, 저는 열 시간 이상을 일을 해야 했는데, 그것은 몇몇 동료 우체부가 오리건주로 휴가를 떠나 버린 까닭이었습니다. 아예 그곳에서 개기 일식을 관찰하고 자연의 신비를 체험하겠다는 거였지요. 그 빈 자리는 남아있는 우체부들이 나눠 메꿔야 했습니다.  

필터가 끼워진 일식 관찰안경을 쓰고 본 일식현상
전 미국을 관통하는 일식이 몇백년만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새삼 미국인들을 설레이게 하는 경우도 있나 봅니다. 트럼프의 하야를 점치는 점성술사라던지 하는 사람들의 보도가 자꾸 보도되는 걸 보면, 지금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미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금은 그려지는 듯 합니다. 지금 반이민 정책의 창궐로 인해 불안해하는 이들도 그럴 것이고, '위대한 미국'을 생각하면서 트럼프에게 자기 표를 던졌다가 배신당한 많은 미국인들의 생각이 비슷할 것 같습니다. "일식이 일어나면, 세상이 뒤집어지곤 했지."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은 지금 미국의 모습을 설명합니다. 특히 제가 살고 있는 이 서부 해안가의 모습을. 

한국에서 촛불 혁명이 대거 수입되어 세상을 바꾸길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지, 제게도 그런 질문을 해 오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체국에서 '코리아'라고 말할 때는 별 구별이 없었던 것 같고, 북한의 김정은, 핵 미사일, 이런 부정적 이미지만 알고 있던 이들이 '촛불 Candle light' 같은 이야기를 하며 한국의 혁명에 관한 이야길 합니다. 이런 것 못 봤다고. 그리고 나서 만들어진 새로운 대통령이 워싱턴 DC를 방문했을 때, 자발적 환영 인파에 놀란 그 동네 경찰은 우리에게 "You should be proud of your president." 라고 말하며 엄지를 척 치켜듭니다. 

3.1운동이 동아시아 민족운동의 모습을 바꿨듯, 한국의 촛불혁명은 전혀 새로운 혁명의 패러다임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식이 전해주는 우주의 기운이 어쩐지 미국을 바꿀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스멀스멀 전해집니다. 뭔가 그래도 겪어 본 듯한 기운이어서 받아들이기가 그리 어렵지 않네요. 분명히 제가 일식 이야길 하려고 했던 거였는데, 늘 이야기는 이렇게 본주제와 관련없게 끝나는 것을 죄송하게 생각...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하하. 

조금 전 부분일식이 다 끝나버린   시애틀에서.. 

 

사진을 찍으면 나타나는 잔상이 어느정도 달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지를 보여줌
나무 그림자가 부분일식에 가려진 해 모양대로 나타나는 현상. 딱 어느정도 태양이 가렸는지 그림자모양을 통해 알 수 있음.
카메라 앞에 필터를 끼우고 사진을 찍으니 이런 모양이 나옴.

▣ 재미교포, 자유기고가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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