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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앙드레 류(Andre Rieu), 눈으로 본 클래식 음악 공연방식의 혁명

권종상 자유기고가 | 2017/11/04 20:52

앙드레 류, 눈으로 본 클래식 음악 공연방식의 혁명
-SPn 서울포스트, 권종상 자유기고가 

 

 

음악은 이제 듣는 게 아니라 보는 거다.

10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은 밤, 부모님과 아내와 함께 앙드레 류 음악회에 다녀와 느꼈던 것입니다. 물론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후에야 음악은 '듣는 것'이 됐고, 그 전에 음악은 눈으로 봐야만 들을 수 있었던 것이었지만, 이제 세월이 가고 새로운 문명의 이기들이 등장하고, 무엇보다 앰퓰리파이어의 힘으로 인해 어쿠스틱 악기가 가진 음량의 한계는 극복되고, 과거엔 생각도 못했던 돔 형태의 체육관에서의 공연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여기에 무대 뒤 화면이 곡에 따라 달라지고, 과거에는 오페라글래스가 있어야만 했었을 거리에서의 관람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커버되는 등, 시청각적인 접근성이 완전히 과거와 달라졌다는 것도 클래식 음악을 쇼로 만들어 낸 앙드레 류 음악회의 특징이겠습니다만, 무엇보다 앙드레 류 개인의 쇼맨십, 그리고 그가 이끌어가는 클래식 음악쇼, 더 나아가 코메디가 될 수 있는 상황들은 확실히 고전음악 감상에 대한 접근 자체를 달리 만들어 버렸다고 할 수 있지요. 

대형화면에 비친 그의 얼굴만으로도 음악 연주 상황을 웃음이 폭발하도록 만들어버리는 그의 매력 탓이었을까요. 어젯밤 타코마 돔은 엄청난 인파로 붐볐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아무튼 재수 좋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잘 찾았습니다. 이곳은 지호 고등학교 졸업식을 했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너무 음악이 작게 들리자 않았는가 하는 불만도 조금 있었지만, 나중에 가서는 그게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음악은 조금씩 커졌고, '요한 스트라우스 밴드'라는 별칭을 가진 앙드레 류 오케스트라답게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강'이 연주될 때는 사람들이 나가 플로어에서 왈츠를 추는 모습도 보였고, 결국 저희처럼 뒷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조차 무대 앞으로 나아가 흥겹게 춤을 추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앵콜이 열 몇번이 계속됐는데, 아무튼 그때마다 아닌척 아닌척 하면서 한곡씩 연주를 더 해주다가 나중에 끝마무리 확실히 해 주는 연출력, 어쩌면 앙드레 류의 능력은 그의 탁월한 연주 능력이라기보다는 이 연출력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연주들이 유튜브를 통해 더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 연주회에 가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인기를 반증이라도 하듯, 타코마 돔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이곳저곳에서 왔더군요. 앙드레 류가 "타코마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 타코마에서 오신 분들은 손들어 보라"고 했더니 사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시애틀 지역이 가장 많았고, 그가 "캐나다!"를 외치자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환호를 했으며, 오리건, 멕시코, 몬태나, 아이다호... 그리고 도시별로는 주도인 올림피아, 북쪽의 에버렛, 린우드, 쇼어라인... 등등 자기들이 어디서 왔다는 것을 밝히려고 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공연을 보려고 프랑스나 독일에서까지 온 이들은 정말 엄청난 팬이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완전히 열광적인 앙드레 류의 팬이심을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 아무튼 아내와 저는 원래 자리가 떨어져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냥 함께 앉아 있었고, 아내는 공연 내내 제 팔짱을 끼거나 기대거나 하면서 오랜만에 이렇게 뭔가 문화의 향기와 더불어 '부부의 향기'를 느끼게 해 줬습니다. 어머니 아버지는 더 잘 보이는 자리로 가시고 우리가 뒷자리로 올라갔는데, 그 덕에 눈치 안 보고(?) 오랜만에 우리를 알고 있는 남들이 보면 닭살 돋을만한  태도(?)로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음악의 본령은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음악은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고, 슬픈 사람들을 달래줄수도 있고, 아니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람을 고취시킬수도 있고 슬프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즐겁고자 모인 겁니다. 사실 요한 스트라우스를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듣는 스트라우스는 꽤 춤추고 싶게 만들더군요. 어머니께서도 "왜, 너희 아까 스트라우스 음악 나올 때 나가서 춤 추지 그랬냐?" 했는데, 아내는 자기가 몸치라고 한사코 가만히 있다가는, 마지막에 앵콜이 연발될 때 우리는 함께 막춤을 약간 추긴 했었습니다. 

다른 건 모르지만, 음악을 감상하는 방법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클래식이 소비되는 방법, 공연의 모습으로 소비되는 방법도 달라진 것입니다. 물론 이게 21세기식의 변화일수도 있고, 혹은 가벼움을 추구하는 세대의 변화 때문에 생긴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건 분명히 음악 소비 패턴의 급속 변화의 한 모습임과 동시에, 클래식 음악, 더 나아가 모든 음악 공연의  본령은 '쇼'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실히 제게 각인시켜 줬습니다. 그런 면에서 앙드레 류의 공연 방식은 '쇼비즈의 전형'이면서, 동시에 지금까지 클래식 음악 공연들이 보여주던 구태에 보내는 조소의 방식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의 방식은 성공했습니다. 저와 아내, 부모님 모두 행복하고 즐거웠으니.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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