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용은 자유세상

[일상] 체험, 삶의 현장⑭ - 가을의 정점, 생업으로 오간 양평 수녀원과 북한강 주변 풍경

양기용 기자 | 2017/11/26 14:44

[일상] 체험, 삶의 현장⑭ - 가을의 정점, 생업으로 오간 양평 수녀원과 북한강 주변 풍경
-SPn 서울포스트, (마이 네임 이스) 량기룡(梁奇龍) 기자

 

▲ 가을의 정점, 10월 19일 부터 11월 초까지 양평 북한강변 수녀원 리모델링 체험 삶의 현장
ⓒ20171000 세상을향한넓은창 - 서울포스트 양기용

 

가을이 정점으로 치닫는 시월 하순(10월 19일)부터 또 생업으로 출역했다. 샷시부속가게 사장의 배려지만 인테리어기공으로 높은 단가를 받는 며칠간의 일이다. 일당 19만원. 20만원짜리 일도 가끔 잡힌다. 1990년 빈손으로 상경하여, 잡부 일 3만원부터 발을 디딘 인력사무소. IMF 1998년 전기조공 4~5만원, 1999년 잡부 6~7만원, 2000년 용접 12만원, 인테리어기공 13만원, 2011년 기공 17만원, 2017년 잡부 11만원, 기술자 19만원.. 하여간 격세지감도 느낀다. 

 

올핸 유난히 경기도 일대를 많이 돌아 다닌 노가다 노마드. 남자가 최후수단으로 몸을 파는 노가대, 여성이 최후수단으로 몸을 파는 청량리 588등의 집창촌화대도 2000년 초 6만원, 15년이 흐른 2017년 8만원이다. 둘 다 노동은 종교이상으로 신성한 것이며, 직업(돈을 버는 경제활동)엔 귀천이 없다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새록새록 느껴진다. 난 삽질하며 땅파는 것도 즐겁다.

 

내 경험상으로, 정신적인 사무적 노동보다 땀흘리는 현장의 육체적인 노동은 많은 것을 잊게 만들고, 복잡한 것을 정리하게 만들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똑같은 손재주라고해도 동종의 기술적인 문제에선 항상 발전을 가져다 주었다. 난 이 점에서 노동은 종교를 앞서고 때론 더 신성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네덜란드 철학자 '모든 것이 신 이다'는 명제를 우리에게 남긴 스피노자 는 '내일 지구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로 유명하나, '스피노자 렌즈'라는 당대 최고의 렌즈 깎는 기술을 내놓은 과학자이기도 하다.  네덜란드가 현미경 발명의 선구인 이유와 다이이몬드 가공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점이 여기에 있다. 부연, 스피노자 는 철학교수직을 거절하고 안경렌즈 닦는 일로 생계를 꾸렸다고나, 그의 범신론(汎神論) 사상은 감성적인 유일신적 기독교보다 이성적인 실천력을 강조해 신에 대한 맹목적 사랑이 아닌 보다 지적인 사랑을 강조했다. 이후 등장한 헤겔,칸트,쇼펜하우어,니체,사르트르 등 기독교적 무신론적 세계관에 큰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오늘날까지 세상에서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사상가는 스피노자 와 니체 정도.

또 인도의 간디 는 수시로 물레 를 돌리는 육체노동을 하면서 인도사상과 행동을 이끌었다. 이들은 술쳐먹기 좋아하고 이론적 현학적인 우리 학자들과 지도자들과는 기본부터 다르다. 박정희,전두환,이명박대통령이 일정 부분 지탄의 대상임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갖고있는 일부 이공계적 마인드 는 다른 지도자보다는 신선하고 확실히 달랐다. [※ 박정희: '개발'을 화두로 삼음, 전두환: (대구)공고출신에 육사에선 축구선수, 이명박: 건설 리빌딩 마인드 는 있었으나 상고출신답게 너무 계산적이었음]      

 

다시, 이런 우리 노동판은 외국인력이 유입되었다고해도, 장사를 해봐서 알지만 유흥문화와 화류계 형태가 변화했다고해도 이들 비용(수입)은 한국사회비용 상승에 비춰 너무 안올랐다. 2천년 이후 기간동안 집값은 5~10배 이상, 삼겹살값도 5배는 올랐다. 서민과 복지 운운하는 지도자라는 사람들의 현실인식과 정신상태에 심히 의심이 간다.

 

[차트 준비 :  쌀값,소주,담배,공무원월급,시내버스비,삼양라면,삼영사이다,붕어빵,GNP,GDP,원달러,주가,인구증가율 - 특히, 주가와 집값은 엄청난 공급에 비춰볼 때 실제 상승은 현재보다 5배 이상으로 봐야함.]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타니 가을이 훌쩍 다가온다. 예봉산과 검단산 사이 팔당의 안개를 볼 수 있는 미사대교를 지나 서종대교로 빠져나와 북한강변의 정취와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산과 들이 밀고 밀린다. 

 

요즘엔 한국의 아름답다는 곳을 사진으로 소개하는 뉴스사이트, 블로거 들이나 동호회들의 사진은 너무 식상하다. 걔들은 내가 다닌 곳의 절경이나 내가 찍은 멋들어진 사진의 절반도 따라오지 못한 졸작들을 대단한 양 내놓는다. 그리고 대단한 관광지를 찍었다는 게, 이런 날 소풍처럼 다닌 내 생업현장에서 마주한 사진보다도 품격조차 떨어진다. 그런고로 난 그들에 비해 엄청난 심미안을 가지고 있다고 자화자찬한다 ㅠㅠ. 사실, 간혹 일터에선 보통의 사람이나 기자로선 절대 찍을 수 없는 사진도 있다. 그건 그렇고.

 

업자(오야지)가 천주교 수녀원 리모델링 일을 며칠 한다고 해 찾은 양평 모 처. 김기사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나(양기사)는 화물차에서 구불구불 눈이 호강하게 가을아침 구경을 하고나서 막다른 산속 현장에 도착했다. 정문을 통과하자 성모 마리아 상이 보인다. 마음속으로 성호를 그었다. 너무 잠잠하고 소탈한 수도원 겸 기도원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우리 일은 본당과 떨어진 부대시설공사인 관계로 두건(머리 수건) 쓴 수녀님들이 간혹 오갔다. 카톨릭신자라면 피정(避靜) 온 격이다.

 

때론 안개길로 며칠 오간 가을은 함초롬히 선명하다. 숲은 하루이틀 새 색깔이 돌변한다. 건물이 들어서 있는 산세도 다시 보니 정확히 명당을 일컽는 혈자리 다. 어디건 길 끝에 절간이 있는 우리나라 지형도를 보면 좌청룡 우백호 혈(穴)을 찾아 스님들도 수행처를 마련하곤 한다. 최고의 명당이라는 묘지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농군차림의 감독 수녀님이 쥬스 를 한 잔씩 돌렸다. 경내 멧돼지 흔적을 보고 물으니, 고 녀석 횡포를 보여주겠다며 내 옷깃을 잡아 끈다. 늪같은 곳을 쟁기로 갈어 엎은듯 파 재껴놨다. 박힌 방부목이 다 빠져 있으니 여러 무리들이 코로 삽질을 하고 풀뿌리 등을 먹어 치웠다. 밤새 성모님 앞에서 잔치를 벌였단 얘기다.    

 

하여간 올 가을은 봤던 것보다 푸짐한 수확을 했다. 훌륭한 가을걷이가 생업현장에서 있었다니 배도 두둑하고. (龍)

 







 

▣ 본지 발행인 (양기용 기자)

[NEWStory makes History - 서울포스트.seoulpost.co.kr]
서울포스트 태그와 함께 상업목적 외에 전재·복사·배포 허용 (*포털 다음 에 뉴스 송고)


Copyright ⓒ 서울포스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