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일생 소유한 것이 없다. 그는 하루 종일 누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어도 숨겨야 하거나 거리끼거나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일이 없다.
어두운 방구석에 혼자 있어도 마치 대낮 대로에 선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선비라고 가르쳤던 옛 말씀을 그렇게 힘 안 들이고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죽음이 자신에게 닥쳐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울부짖지도 않고 고통스런 몸을 이끌며 혼자 외진 곳을 찾아가 조용히 생을 마감한다.
이것이 도대체 누구의 이야기인가. 초인의 이야기? 도인의 일생? 아니다. 사자, 호랑이, 물소, 영양 할 것 없이 저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모든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초원의 한 사자 가족이 합심해서 물소를 사냥하던 중 한 마리가 물소의 큰 뿔에 다리를 깊이 찔리고 말았다.
엄청난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웠던 사자는 자신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느끼고 조용히 가족들로부터 떨어져 나와 들판 깊숙이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한 곳에 자리를 잡은 사자는 별 신음소리조차 없이 숨을 거두었다.
자기의 새끼 한 마리가 없어진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어미 사자가 들판을 찾아 헤매다 죽은 딸의 시체를 발견했다.
그 자리에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기운 없이 서 있던 어미 사자는 마침내 딸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이 모든 상황을 동물 연구팀이 추적하면서 필름에 담았다.
인간이 도를 닦겠다고 일생 공을 들여도 얻기 힘든 경지를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묵묵히, 아니 어쩌면 무심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