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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 농장에서 허브향과 함께 시의 향기도

한국아동문학회 가을 시낭송회 일영허브렌드에서 열어
김선태 대기자 | 2007/11/15 00:28

07년 시낭송회

11.10 오전 11시, 구파발 전철역 북한산 방향의 출구 앞에는 경인 각지에서 모여든 한국아동문학회 회원들의 정다운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한국아동문학회 서울, 인천, 경기 지부 회원들이 모여서 초겨울의 스산하지만 아직 남은 단풍을 배경으로 시낭송을 하면서 하루를 시심에 젖어보는 날이다.

07년 시낭송회

07년 시낭송회

입동인 지난 초겨울이라지만 날씨조차 이들의 만남을 축복하는 듯 온화하고 길가의 은행 잎은 마지막 맵시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직은 푸르른 산의 잡목 숲을 배경으로 샛노란 단풍잎으로 환한 모양새를 들어 내놓고 자랑하는 모습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세월을 보내는 마지막 만찬이라도 하는 양 보였다.

07년 시낭송회

어느덧 20여명이 모이고 너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이동하기 어려워서 일부 회원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이동을 하기도 하고 준비된 자가용 차량으로 몇 분씩 모시고 떠나기도 하자, 회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구파발 역에서 출발하여 불과 10분 양주군 장흥면 삼하리 일영허브농장에 차를 내렸다.

07년 시낭송회

이곳은 91년과 92년 2년 동안 내가 초임교감으로 발령이 나서 근무할 때에 우리 학구이기는 하여도 이렇게 마을 깊숙한 곳까지 구경을 하지 못했기에 낯설어 보였다. 이 마을의 회관 부근과 아랫말은 몇 차례 초대 받아 오기도 하고 학교 일로 방문을 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산 쪽으로 이렇게 아늑한 곳이 있었는지 조차 몰랐다. 또 허브 농장이 있었다는 것은 그 때 기억으로는 전혀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07년 시낭송회

삼하리에 들어서서 오른쪽 제법 높은 산 밑으로 아늑하게 자리 잡은 농장은 몇 만평이나 될 듯한 너른 장소에 바람을 막아선 산으로 해서 온화하고 아늑함을 느끼게 해주는 명당자리에 위치하였다.

07년 시낭송회

들어서면서 보는 허브 농장은 초겨울이라서 약간 스산한 느낌마저 드는 것이었다. 허브 농장이라면 화려한 꽃들이 만발한 늦은 봄부터 초여름이 가장 멋지고 볼 것이 많은 곳이다. 또 그 때문 온갖 허브향이 농장을 들어서면 벌써 느낄 수 있을 정도이지만, 요즘은 온실 속에서나 허브를 느낄 수 있는 계절이기에 어쩔 수 없는 때이다.

07년 시낭송회

들어서자 큼직한 통나무를 놓은 화덕에서는 향긋한 연기 냄새를 피워 올리면서 모닥불이 타고 있었다. 산 속이라서 쌀쌀함을 느낀 회원들은 모닥불 앞에서 정담들을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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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몇몇 회원들은 준비해온 현수막을 내걸고. 시 낭송 장소를 마련하느라 분주하였다. 잠시 회기의 배치와 현수막을 다는 것을 보아주고 나서 자리를 마련하는 동안 온실을 돌아다니면서 허부 구경을 하였다. 겨울이라서 너무 황량한 느낌이 드는 농장 속에서 오직 이곳만은 아직도 생명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제 갓 꺾꽂이 판에서 옮겨온 작은 모종도 있고 제법 자란 모종들도 내년 봄의 화려한 날을 꿈꾸며 생명력을 불태우고 있었다.

07년 시낭송회

07년 시낭송회

시낭송회가 시작되기 전에 잠시 서로 인사도 나누고 장소도 정리하고 나서 오늘 참석한 모든 회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먼저 찍었다. 시 낭송을 하는 실내에서 한 장을 찍고 낙엽이 흐드러진 마당에 나가서 한 장을 찍었다. 머리에 허연 서리를 얹은 회원들도 어린애마냥 낙엽을 집어 던지기도 하고 낙엽에 취해 흥겨워하였다.

07년 시낭송회

07년 시낭송회

점심을 먹고 시낭송을 시작하기로 하였기에 식당으로 몰려갔다. 허브농장에 가면 흔히 나오는 새싹과 허브를 덧얹은 새싹 비빔밥은 이곳만의 메뉴인 셈이다. 신나는 흙장난을 하듯 젓가락으로 휘저으면서 비빔밥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이채롭다. 이 비빔밥은 숟가락이 아닌 젓가락으로 비벼야 향이 덜 사라지고, 새싹의 아삭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푸짐한 새싹으로 정기를 돋군 다음에 향기로운 커피로 입맛을 고치고 나서니 햇볕이 따사롭다. 자기 친한 친구들 끼리 무더기지어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다니는 모습이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07년 시낭송회

시낭송이 시작되자 체험학습장은 어느새 허브 향보다 더한 시향으로 가득 찼다. 더구나 흥을 돋게 해준 허브차는 온갖 허브의 향으로 입맛을 바꾸어 가면서 진한 향을 내뿜었고, 음악과 함께 흘러나오는 시낭송과 회원들이 자랑하는 하모니카 연주 등 악이 연주까지 곁들였으니, 시와 음악이 만나고 거기에 향기로운 허브차가 한껏 멋을 더해 주었다.

07년 시낭송회

30 여명의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자작시를 읽고, 작가 메모로 시의 출현 배경까지 알아가는 것은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넉넉함이요, 자랑일 것이다.

두 시간을 넘긴 시낭송으로 늦가을의 정취와 낙엽의 붉음마저 흠뻑 스며든 다음에 뜨락에서 벌어진 돼지 바베큐 잔치는 시심을 불태우고 난 허전함을 술과 안주로 채워 나갔다. 거나하게 술이 취해가면서 왁자지껄 웃음과 농담이 오가고, 술기운으로 흥이 오를 즈음에 나는 차가운 날씨 탓에 거듭 든 몇 잔의 술이 취해 오는 것을 느꼈다. 내게는 철칙 같은 술은 취해서 허튼 소리 하기 전에 그친다는 생각으로 술자리를 피하여 잠시 모닥불 앞에서 쉬었다. 술기운이 불기운을 받아 더 오르는 것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날씨를 탓하면서 불가에 있다가 더 못 견딜 것 같았다.

07년 시낭송회

‘술자리에서 허튼 소리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

나는 이런 생각으로 조용히 자리를 피하기로 하였다. 아마도 술이 취하면 모두들 2차, 3차로 이어질 것이다. 본래 그럴 계획들이 서 있는 자리가 아닌가?

07년 시낭송회

나는 조용히 떠나오기로 하였다. 이곳의 지리를 잘 아는 나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빠져 나와서 마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잡아탔다. 오늘 장손 윤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국가에서 공인하는 자격을 따는 날이다. 아니 이미 따 놓은 것을 수령하는 날이다. 함께 축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나는 오는 길에 전화를 했더니 통닭을 먹고 싶다고 해서 당장 배달을 해달라고 시키라고 해 두고 집으로 향했다.

07년 시낭송회

문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술자리에서 실수할 정도로 마시는 것을 절대 삼가온 나의 버릇을 아는 그들이기에 섭섭해 할 정도는 아니다. 일찍 집에 돌아와서 쉬는 것이 더 나를 위해서 다행이고 내 자신을 위해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만 약간 미안함은 어쩔 수가 없었다. (김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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