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팔현 칼럼니스트 | 2008/07/11 16:12

패도정치(覇道政治)의 끝은 비참함과 비극 그 자체다.

덕(德)에 의한 왕도정치를 포기하고 가혹한 형벌에 의한 패도정치의 종말은 권력자에게 형언할 수 없는 오점을 남기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아울러 패도정치가 행해질 동안 백성들은 진흙수렁에 빠지고 숯불에 떨어지는 도탄(塗炭)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만다. 때문에 패도정치를 행하는 당사자나 백성이나 모두가 시대를 후퇴시킨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시대가 패도의 극치를 보일 때는 이판사판 백성들에 의한 혁명이 들끓거나 지도부 내에서의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이 상례다.

일찍이 하(夏)나라 걸왕(桀王)이 요염한 미녀와 밀회를 즐기며 주지육림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이를 비판하는 애국심 강한 백성들을 가혹한 형벌로 다스리며 ‘정치 잘 하라!’는 정당한 목소리에 출국금지령을 내리는 등 허무맹랑한 정치를 행할 때 ‘난세에 영웅난다’는 말 그대로 홀연히 탕왕(湯王)이 명조산에 대군을 몰고 나타나 학정을 일삼던 폭군 걸왕을 능지처참하고 은나라 왕이 되더라.

이에 탕왕은 자신의 거병이 정당했음을 여러 제후들에게 일갈하기를, “하왕(걸왕)은 덕을 멸하고 폭위를 떨쳐 만방의 백성들에게 학정을 폈다. 그대들 만방의 백성은 그 흉해를 입어 도독(荼毒씀: 씀바귀의 독)의 괴로움에 견디다 못해 무고한 괴로움을 상하의 신기(神祇:하늘과 땅의 신령)에 고했다. 천도는 언제나 선한 자에게 복을 주고 악하고 음(淫)한 자에게 결국은 화를 미치게 한다. 하늘은 하나라에 벌을 내려 그 죄를 밝혔다”고 했다.

이는 하나라가 ‘혼덕(昏德: 덕을 잃어 혼미함)’하여 백성들이 도탄에 떨어졌기에 탕왕이 궐기한 것이니 이를 구한 탕왕은 당연한 일을 한 것이요, 영웅이라 역사는 평가하는 것이다. 어진 임금 탕왕이 무력에 의한 역성혁명에 부끄러워하자, 좌상인 중훼가 글을 지어 “걸왕의 부덕, 악랄한 행위에 의해 백성들이 받은 말할 수 없는 고충을 도탄이라 함이요, 이를 물리침은 정당하고 옳은 일입니다”라고 ‘서경(書經)’은 전한다.

작금 세계 도처의 정치 현장에서 사악한 자들에 의해 결과만을 중시하는 패도정치가 행해지고 있다. 그들은 국민들의 정당한 발언조차 신체의 구금이나 출국금지 또는 공권력을 이용한 폭력 등 가혹한 형벌로 자국민을 학대하고 있다. 이 아니 도탄에 빠진 나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속성 상 앞에서는 대화하자하나 뒤에서는 강력한 무기로 뒤통수치기를 밥 먹듯 즐기는 마키아벨리스트로 불리기에 충분한 자들로 여론조작과 호도는 물론 비도(非道)가 판치기에 그러한 나라는 항상 혼탁하다. 물론 혼탁한 나라에 영웅이 자주 나타남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옛날부터 성현들은 인간성(人間性)의 본질부터 문제라며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악하다’는 성악설(性惡說)과 ‘태어나면서부터 선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이 동서양을 불문하고 주장되어 왔다.

때문에 정치인의 본성이 사악한 자라면 분명 패도정치를 행할 것이요, 인품이 고결하고 덕이 있는 자라면 분명 왕도정치로 나라가 화합하고 통합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 했다.

순자가 주장하는 성악설에 기초한 정치인들의 성향을 보면, 권모술수에 능하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쫓으므로 사회가 투쟁과 대립으로 혼란스럽다. 그와 같은 통치자들은 신의나 성실성이 결여되었기에 양두구육의 위선자로서 그와 같은 자들은 국민과의 소통에는 젬병이면서 오로지 법과 공권력에 의한 형정(刑政)만으로 백성들을 억압하고 다스리는 패도정치에 의존할 뿐이다. 때문에 백성들은 근본부터 부도덕한 괴물을 뽑아놓고 그의 노예가 되는 모순적인 결과물로 인하여 몸부림치며 괴로워할 것이다.

패도정치인은 입으로는 사과와 대화를 외치나 정치행태는 언제나 공권력에 의한 공안정치를 꿈꾸고 실행한다. 그들의 정치행태는 예악은 수단이요, 무력과 권모술수로 백성을 억누르며 정치를 하는 결과지상주의자로서 이미 노예의 길을 걷는 국민일지라도 그러한 위정자들을 경원하고 맘속으로 절대 따르지 않는 법이다.

때문에 패도정치는 나쁜 사회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바로 독재자의 전형이 패도정치가이며, 새로운 영웅 탕왕이 패륜의 부도덕한 걸왕을 타도하듯 백성을 도탄으로 이끈 부덕한 위정자는 언제나 불안정한 상태에서 외나무 건너듯 정치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의 정당한 건강권과 검역주권 요구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왜곡과 물 타기를 일삼는 일부 못된 언론사에 광고를 하지 말자는 네티즌들에게 출국금지를 내리는 등 형벌로 다스리려함은 왕도정치라 할 수 없다.

국민은 덕을 바탕으로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행할 왕도정치가를 애타게 갈구하고 있다.

넉넉한 인품과 품성으로 덕치를 바탕으로 화합의 정치를 펼쳐줄 영웅은 과연 누구인가?

대한민국 국민은 현재 덕치를 바탕으로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이끌어줄 탕왕이나 잔다르크를 애타게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덕치를 행해줄 화합과 통합의 상징적 정치인만이 실타래처럼 꼬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구해줄 것이다. 우리는 그 미륵불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장팔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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